▲ 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케네디 센터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경제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전면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학계를 비롯한 과학 전문가들에 이어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 후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AP통신과 ABC뉴스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부정하는 현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포화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태양광과 풍력은 세기의 사기"라며 "이제 미국에서 멍청함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극우 성향 과학자들을 섭외해 기후변화 악영향을 과소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한편 현행 기후대응 정책의 근거가 되는 '위험성 판정' 문서 폐지도 예고하며 기후위기를 전면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2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학자들은 과학저널 스프링어네이처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캐서린 클링 미국 티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스테판 폴라스키 미네소타대 응용경제학 교수 등은 기후와 환경 정책을 훼손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가 미국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 인프라 손상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일이 향후 악영향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모든 행정기관에 걸쳐 기후대응 관련 예산을 줄이고 기후과학계를 향한 지원을 삭감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은 기고문을 통해 "과학계에서 나오는 기후변화 정보는 시장 경제에 필요한 공공재"라며 "연구 지원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행위가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는 있겠으나 연구 투자 상실에 따른 손실을 고려하면 경제의 효율성은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경제학계도 기후학계와 보건학계 등 이미 트럼프 정부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다른 학계와 힘을 합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2017년에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 시위.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맞서 '과학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SMAG)'를 내세웠다. <위키미디아 커먼스> |
대표적으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반트럼프 성향의 학계 시위인 '과학을 위한 행진' 규모가 한층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학을 위한 행진은 미국 전역은 물론 해외 학계 관계자들도 동참하는 대규모 시위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올해 3월에도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 30여 곳에서 공식 행사가 열렸고 해외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자매 행진이 열렸다.
2017년에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 시위에는 약 100만 명이 동참했다.
다만 올해 시위는 준비 기간이 부족해 참여 인원이 기후학계와 보건학계 관계자, 연방 정부가 해고한 공무원, 일부 민주당 의원 등 수만 명에 그쳤던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과학저널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는 13일(현지시각) 다양한 학계 관계자와 대중을 대상으로 내년에 열리는 행진 동참을 촉구했다.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위협을 인식하고 있고 의미 있는 정책적 개입을 지지하고 있다"며 "공화당에서도 이같은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만큼 과학을 위한 행진이 트럼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내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는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35석, 하원 전체, 주지사 50인 가운데 36명을 재선출하는 선거다.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최종 평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학계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정치권에 이와 관련한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는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서로 연대해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들에 압력을 가하고 악당들을 규탄하며 용기있게 권력에 진실을 말하며 우리와 같은 일을 할 의향이 있는 다른 이들을 지지해야 한다"며 "이제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중간 선거는 미국 정부의 일부를 과학, 이성, 그리고 책임감의 편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