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가 더후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LG생활건강의 주력브랜드 ‘더후’는 '궁중 이미지'를 바탕으로 유례없는 성과를 낸 브랜드다.
더후는 올해 5월 누적 순매출 20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단일 브랜드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더후의 성장을 앞장서서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 중국과 내수시장 사로잡은 ‘더후’,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적 경영성과로 자리 잡아
이정애 대표는 ‘더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중국시장은 지난해 LG생활건강 연결기준 매출의 12%, 해외매출에서만 37%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중국이 LG생활건강의 핵심 매출처인 만큼 이 대표가 ‘더후’에 걸고 있는 기대에는 큰 무게가 실려 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노력으로 중국 시장 안에서 더후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지난해 코트라를 통해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더후는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11억 위안(약 2100억 원)의 매출을 내며 6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중국 전체 매출 4125억 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규모 쇼핑행사인 ‘광군제’에서 럭셔리 화장품 부문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중국 내수침체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더후 브랜드로만 순매출 20조1천억 원을 기록하며 이례적 경영성과 보여줬다.
더후는 국내에서도 2023년 시장점유율 21%대에 이어 지난해 20%대를 유지했다.
이 대표가 국내외 뷰티 사업에서 더후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브랜드의 단일 실적이 LG생활건강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후는 LG생활건강의 주력사업인 뷰티부문 안에서도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의 42%를 견인한 뷰티부분에서 더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 이정애 실적 부진 이겨낼 열쇠로 더후 ‘리브랜딩’ 노력, 현대적 감각 더해 MZ세대 공략
더후의 성장세에도 LG생활건강은 실적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실적 반등의 열쇠로 더후의 리브랜딩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2023년부터 더후 브랜드 관련 판매채널 변화와 주요제품 리뉴얼 등 기존 전략에서 탈바꿈을 꾸준히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더후’는 기존의 궁중·황실·왕후 이미지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있다.
더후가 가진 중후한 무게감을 덜어내고 ‘힙(Hip)’으로 대변되는 MZ세대의 감수성을 더하면서 대중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더후의 광고모델을 김지원 영화배우로 바꾸며 이 같은 맥락에 설득력을 더했다.
김지원 배우는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2022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시청률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연령층은 20대와 30대라고 분석됐다.
이 시기 20대에서 30대는 MZ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부터 소비 주체로 등장한 MZ세대 소비자(영제너레이션)는 주로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소비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제품을 접한다.
이들을 공략한 효과는 실제 브랜드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지원 배우가 선정된 지난해 3분기, 소셜미디어에서 더후 브랜드 언급량은 2023년보다 58% 이상 늘었다고 분석됐다.
해당 콘텐츠에 등장한 제품인 ‘비첩 자생 에센스’ 매출도 공식몰 기준으로 2분기보다 43% 이상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이 대표는 현대적 감성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아트마케팅도 적극 활용했다.
올해 5월에는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뉴욕 2025’에서 더후 전시관을 열고 프리미업급 제품라인 ‘환유’를 선보였다.
환유를 소개하는 전시관의 인테리어는 설수빈 디자이너의 감각이 더해졌고 김옥 예술가의 옻칠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관에서 선보인 환유 기초제품 3종은 류지안 자개 예술가가 직접 외장재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아트마케팅은 뷰티 브랜드 홍보에 효과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예술적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감각적·정서적 측면에서 호소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명품브랜드 루이비통도 2017년 제프 쿤스 현대미술가와 협업한 가방·엑세서리 라인을 선보여 예술 애호가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김성수 아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술전문 언론매체(미술여행) 칼럼에서 “아트마케팅은 광고 이상의 감동을 주고 브랜드 호감도를 높인다”며 “특히 이 전략은 예술적 감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후 고급화 주역에는 ‘이영애 배우’도 한몫, 중국 현지에서는 ‘다이공’이 활약
더후가 국내외 시장에서 매출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이미지 포지셔닝’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더후는 궁중·황실·왕후라는 이미지 컨셉트에 맞춘 홍보마케팅으로 출시 당시 높은 가격에도 설득력을 얻어냈다고 평가받는다.
더후를 처음 선보인 2003년부터 이영애 영화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이 배우는 사극에서 맡아온 역할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모델을 섭외할 때 섭외 1순위로 꼽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배우가 주연배우로 출연한 드라마 대장금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중국시장에서 더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공헌한 것으로 보인다.
더후의 초기 중국시장 진출에는 ‘다이궁(리셀러)’의 역할도 컸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면세가에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소매시장에 되파는 보따리 상인이다.
더후는 2003년 출시된 뒤 다이궁의 유통망을 이용해 중국시장 전역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고 알려졌다.
이미지 마케팅의 성공과 발빠른 현지 유통망 확보로 더후 매출은 2016년 1조 원에 이어 2018년 2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역사에서 기록을 경신해왔다.
주력제품인 ‘비첩 자생 에센스’는 2009년 출시된 이래로 올해까지 1천만 병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왕실 이미지는 안티에이징 기능의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적 브랜딩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중국에서도 더후가 가진 왕실·고급 이미지에 K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더해지면서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