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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이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7' 기자간담회에서 사물인터넷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가전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사물인터넷 플랫폼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고전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로 소프트웨어기업으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 플랫폼경쟁 더욱 치열
15일 외신을 종합하면 글로벌 IT기업들이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놓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인다.
인공지능 음성인식기능과 사물인터넷을 지원하는 가전과 IT기기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가 연동되는 진정한 사물인터넷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기술은 그동안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동작해야 했던 사물인터넷 가전의 편의성과 활용성에 의문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사물인터넷 기기는 사용자가 기능을 이해하기 어렵고 사용도 번거로워 외면받아왔다”며 “하지만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음성인식기기가 보급되며 판도가 바뀌게 됐다”고 진단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은 음성인식기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데 이미 미국 등 주력시장에서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연동하는 허브 제품을 내놓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음성명령을 통해 조명과 온도조절장치, 생활가전을 동작하거나 TV 셋톱박스 또는 컴퓨터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곧바로 재생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은 자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을 주요 목표로 삼으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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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과 구글의 음성인식 스피커. |
하지만 가전제품 등 주요 하드웨어 라인업을 확보하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따라서 가전과 TV제조사들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최근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7’에서 LG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며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아마존의 음성인식 플랫폼으로 동작하도록 했다. 구글은 소니와 필립스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이 사물인터넷 개화의 원년이었다면 2017년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이를 통한 수익을 내게 될 해”라며 “여러 플랫폼이 난립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나
삼성전자 역시 2020년까지 모든 기기를 하나의 자체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사물인터넷 중심전략을 앞세우며 올해 내놓을 스마트폰 갤럭시S8에서 자체 음성인식기능 ‘빅스비’를 선보인다.
이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달리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쟁에서 독자적 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CES2017 기자회견에서 “아마존 등 외부 플랫폼을 쓰면 사용자 정보를 활용할 수 없어 발전이 제한적”이라며 “꾸준한 투자로 사물인터넷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음성서비스를 스마트폰과 가전 등의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구글과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에 직접 맞대결할 플랫폼 경쟁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주도하는 업체가 향후 콘텐츠와 스마트카, 클라우드서비스 등 신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이 수년전부터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대거 갖추고 음성인식기능과 관련한 기술의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이른 시간 안에 이들과 맞상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치며 경쟁업체들의 플랫폼에 뒤처져 사업확대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 가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만큼 막강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순학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모두 생산하며 플랫폼에서 다른 가전업체나 IT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을 통해 시장의 진화속도에 맞춰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적극적 인수합병 올해도 이어질까
삼성전자가 이런 이점을 극대화해 빠르게 성장하려면 소프트웨어 역량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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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CES2017에서 그동안 인수합병한 신생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 동안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사물인터넷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도 이런 투자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지난해에도 클라우드업체 조이언트와 음성인식기술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에 10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며 스마트카분야의 진출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글로벌 IT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CES2017에서 자체 IT펀드 ‘넥스트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미국 정책포럼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사물인터넷기업을 인수하는 데 향후 12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 50조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기반이 갖춰진 만큼 사물인터넷에서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플랫폼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이어가며 기존의 운영체제 약점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며 “음성인식기술과 플랫폼이 모두 구축되면 관련한 사업의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