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8-11 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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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이 상반기 백화점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사장(사진)의 전략을 놓고 투자 없이 허리띠를 졸라 거둔 성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사장이 오랜 만에 백화점 업계 맏형 노릇을 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백화점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익성이 오른 회사가 롯데백화점이다.
하지만 정준호 사장이 거둔 성과를 마냥 좋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공을 들이는 사이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허리띠를 조르는 데 치중했다는 시선도 있다.
11일 백화점3사의 상반기 실적을 종합하면 롯데백화점의 성적표가 가장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 국내에서 매출 1조6221억 원, 영업이익 1950억 원을 냈다.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1% 증가했다.
국내만 보면 매출 1조5615억 원, 영업이익 191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1% 빠졌지만 영업이익은 29.9% 높아졌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모두 수익성 악화로 고전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세계는 상반기 총매출 3조5385억 원, 영업이익 1789억 원을 냈다. 2024년 상반기보다 총매출은 0.3%, 영업이익은 8.5% 빠졌다. 현대백화점 역시 상반기 매출 1조1791억 원, 영업이익 1666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4.3% 감소했다.
정 사장은 2021년 말 롯데백화점 수장에 올랐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으로 경쟁사의 성과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5.3%에서 2023년 14.6%, 2024년 12.0%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도 줄어들긴 했지만 롯데백화점보다는 대부분 2~5%p가량 높았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의 성적을 뜯어보면 이번 성과에 마냥 후한 평가를 내리기 힘든 면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실적 부진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반영되어 있다. 신세계만 하더라도 올해 회사의 핵심 점포인 서울 본점과 강남점의 재단장에 적지 않은 돈을 썼다. 2024년 2월부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6월 식당가&와인 매장 하우스오브신세계, 올해 2월 슈퍼마켓 신세계마켓 등을 재단장해 선보였다.
강남점 식품관 재단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8월 델리(즉석섭취식품) 코너를 선보이면 총면적 1만9834㎡(약 6천 평) 규모의 국내 최대 프리미엄 식품관이 완성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에도 투자하고 있다. 옛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매입해 10년 동안 복원한 끝에 4월 ‘더헤리티지’를 만들었다. 신세계는 더헤리티지를 국내 최고 명품관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역 맞춤형·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의 충북 청주 오픈뿐만 아니라 서울 중동점 재단장, 더현대서울 입점 브랜드 조정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한창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1분기 실적에 중동점 재단장 감가상각비 20억 원과 더현대서울 임차료 변경 38억 원 등을 반영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경쟁 백화점들과 달리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손을 뻗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과거 8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재단장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며 “특히 잠실점과 강남점 등 서울 강남권 매장의 재단장은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애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잠실점 재단장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도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태다. 과거 핵심 브랜드만 남기는 방식의 이른바 ‘오십화점’ 추진 계획이 알려졌던 강남점 역시 뚜렷한 변화가 없다.
정 사장이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백화점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롯데백화점은 현재 서울 잠실점(사진)과 강남점 등의 점포 재단장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덕분에 영업이익 기저가 낮았던 점도 이번 상반기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듯한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롯데백화점의 수익성 개선이 판매관리비 절감과 감가상각비 감소 등에 따른 재무적 효과가 짙다고 본다. 성장 동력에 덜 투자하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미래 투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롯데백화점과 다른 백화점의 성장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분기 기존점 성장률을 보면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에 2.3%를 기록했는데 롯데백화점은 0.5% 성장에 그쳤다. 3분기에는 신세계백화점의 기존점 성장률이 7%까지 확대하겠지만 롯데백화점은 3%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전체 영업이익의 80~90%를 차지하는 국내 백화점에서 매출이 답보 상태이고 할인점사업과 함께 영업이익 반등이 더디다는 점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국내 백화점에서 매출 회복에 다른 건전한 이익 개선이 더디다는 점이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다”고 바라봤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인 타임빌라스 수원 투자를 비롯해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인천점의 순차적 재단장과 4월부터 들어간 서울 노원점 재단장 등을 통해 롯데백화점 역시 미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