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 금융지구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들 뒤로 해가 지면서 폭염으로 생긴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빈곤층이 폭염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부유층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의 보고서를 인용해 소득이 낮은 영국인들은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폭염에 집이 과열되기 더 쉬워 온열질환을 겪게 될 가능성이 3배나 높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영국 가구 가운데 소득 기준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은 폭염 발생시 과열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48%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소득 상위 20%는 과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17%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집이 과열되는 현상은 거주자의 건강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내 온도가 25도를 넘으면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수면 장애, 정신 질환 등을 겪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과 아동 등 취약계층은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과열 위험성이 커지는 이유는 부유층일수록 폭염 대비가 더 잘된 주택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국내 주택 가운데 이미 과열 위험을 겪고 있는 비중은 전체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열 위험이 높은 집의 비중도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지로 갈수록 과열 위험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 런던은 주택의 53%가 과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수도권 외 지역은 31%에 불과했다.
재커리 레더 레졸루션 파운데이션 경제학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최근 영국 일부 지역에서 폭염이 더 흔해지면서 집들이 과열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이같은 위험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분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 가정,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살아가는 임차인, 자녀가 있는 가정, 소수민족 등은 과열 위험이 있는 집에 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 집을 소유한 가구는 과열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17%에 불과한 반면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60% 이상이 과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우리는 더운 날씨에 집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과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신축 주택 건축 규정 수립, 미래 주택 표준 협의 등을 활용한 보호 조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함께 보일러 업그레이드 계획에 따라 기존 주택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한 히트 펌프 사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