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025년 6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에너지와 천연자원 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이전 정부에서 발간한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견해를 가진 과학자들을 꾸려 거꾸로된 연구 결과를 내놓은 사례가 있어 이제는 국가 공식 보고서까지 왜곡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7일(현지시각) CNN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과거 보고서는 광범위한 평가에서 공정하지 못했다"며 "부서에 들어가서 기존에 있던 것들을 살펴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발견하면 그것을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CNN은 라이트 장관이 살펴보고 있는 자료가 미국 정부가 주기적을로 발간하는 기후변화 보고서 '국가기후평가(NCA)'라고 설명했다.
국가기후평가는 미국 연방정부가 5년 주기로 발표하는 보고서다. 연방정부 내에서 13개 기관이 협력해 서로 상호평가를 거쳐 작성되며 최종적으로는 미국 국립과학원 위원회 승인을 받아 발간된다.
미국 정부가 가진 방대한 정보 수집 능력을 바탕으로 학계의 권위 있는 학자들의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정부나 학계에서도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할 때 자주 참고하는 문서다.
마지막으로 발간된 제5차 국가기후평가는 2023년에 발간됐고 제6차 보고서는 2028년 발간을 목표로 작성되고 있었으나 몇 개월 전부터 이 작업이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련 인력을 모두 해고하고 보고서 작성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운영하고 있던 제5차 국가기후평가 공개용 웹페이지도 지난달부터 돌연 폐쇄됐다.
라이트 장관은 "우리는 이 보고서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고서에 대한 의견과 함께 업데이트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국가기후평가에 명시된 기후변화에 관한 사실들도 왜곡하려 할 것이라 우려했다.
실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악영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제6차 국가기후평가 보고서 준비 과정에 참여한 레이첼 클리터스 참여과학자연대(UCS) 정책 책임자는 공식성명을 통해 "지금 이 행정부는 과학적 증거를 묻어버릴 뿐만 아니라 악화되는 기후위기를 축소하고 이를 해결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노골적인 거짓말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후학자도 가디언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행동은 이오시프 스탈린과 같다"고 비판했다.
▲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기상청 건물에 붙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 간판. 미국 기상청은 해양대기청 산하 기관이다. <연합뉴스> |
한편 미국 에너지부는 라이트 장관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안드레아 우즈 에너지부 대변인은 CNN을 통해 "국가기후평가를 관장하는 기관은 해양대기청(NOAA)이지 에너지부가 아니다"며 "라이트 장관은 과거 보고서를 직접 수정할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행적을 고려하면 해양대기청을 압박해 입맛대로 국가기후평가를 왜곡하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발표된 에너지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 다섯 명도 대외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됐다고 했으나 실상은 모두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에 대해 라이트 장관은 "나는 진정하고 정직한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열두 명 정도의 목록을 만들었고 그 가운데 다섯 명을 선발했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에너지부 보고서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현 기후학계가 그 영향을 굉장히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또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져 식물 광합성이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지구의 녹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들어갔다.
에너지부가 해당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고 실제 발간까지 걸린 기간은 고작 두 달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국가기후평가 보고서가 5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부 보고서에서 제시된 분석은 졸속으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케 하우스파더 브레이크스루연구소 기후연구 수석은 CNN 인터뷰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접근 방식"이라며 "보고서를 만드는데 들어간 과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