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8-04 14: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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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4일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양도세 기준 강화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어 '뿔난 개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식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두고 합리적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을 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가 이날 오전 기준 11만4천 명을 넘으며 국회 상임위원회 자동 회부 요건(5만 명)을 충족했다.
청원인 박모씨는 청원 취지를 두고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이라며 “그만큼 (연말에)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7월31일 세수 확보 및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 50억 원으로 상향했던 대주주 기준을 문재인 정부 수준인 10억 원으로 환원하는 내용을 세제 개편안에 담았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뒤 8월1일 코스피 지수가 직전 거래일보다 3.88% 폭락한 3119.41에 마감하자 정부 주도의 주식시장 부양에 기대를 갖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주가 급락에 따른 개미들의 불만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오후 페이스북에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코스피5천 특위와 조세정상화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밝히며 즉각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는 세제개편안이 주식시장 급락의 원인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특히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이 양도세 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주주 기준이 50억 원이었지만 주가가 특별하게 올랐냐는 것이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 정책위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신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진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요건 10억 원 환원 등은 모두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 회복하는 조치”라며 “윤석열 정권이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요건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크게 되돌렸지만 거꾸로 주가는 떨어져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 의원 블로그에는 투자자들의 불만 섞인 댓글이 쏟아졌고 주식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과거 진 의원이 “주식에 투자한 적 없다”고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재검토 기류가 강하게 불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천’을 향해 달려가는 데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주주 기준 조정 등 세제개편안이 코스피 5000 신바람 랠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 외에 이소영, 박홍배, 김한규, 박선원, 이연희 의원 등도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원상 회복하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당내 이견이 공개적으로 분출되며 여론 반응이 뜨겁게 불타자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도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양도소득세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며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여 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회의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께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는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관련 정책 내용을 빠르게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대표는 1일 전당대회 이후 당직 인선을 통해 한 의원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민주당이 정부와 논의 과정에서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했던 50억 원으로 되돌리거나 최소한 20~40억 원 사이의 절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추가 논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큰 정책적 목표는 다 알겠지만 그와 관련된 세부적인 여러 가지 로드맵과 설계를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을 좀 혼란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주주 요건을 25억, 15억, 15억으로 이렇게 변해왔던 양상들은 충분히 있다”며 “이렇게 절충하느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적으로 우리 시장에 그리고 개미 투자자들한테 메시지를 주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대주주 요건 기준액수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여론에 따라 임시적으로 주식 관련 세제를 조금씩 수정할 것이 아니라 양도세 부과를 포함한 주식 거래세, 장기 보유 인센티브 등 우리나라 주식 시장 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늘어나는 거래세를 줄이는 동시에 양도세는 적정 수준에서 부과하도록 장기적 기준을 설정하고 주식을 오래 보유했을 때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단타 매매’에 치우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은 이명박 정부에서 100억 원→50억 원으로 낮췄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25억 원, 15억 원으로 더 내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10억 원까지 줄였는데 윤석열 정부가 50억 원으로 올렸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전제로 내렸던 증권거래세를 0.05%로 다시 올리기로 했고 코스닥 증권거래세는 0.15%에서 0.2%로 상향해 2023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2일 채널A 뉴스에서 “거래세를 올리겠다는 논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역행된다”며 “거래세는 일종의 통행세로 주식 투자로 손해를 봐도 걷는 세금인데 세계적으로 거래세는 없애되 주식양도세는 걷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우리 주식시장은 장기투자에 나설 유인이 없다”며 “미국은 (주식을) 1년 이내에, 1년 이후에 파냐에 따라 세제 혜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어 단타만 계속하게 되는 것이고 (거래) 횟수가 늘어나니 개인투자자들이 3/4를 내는 거래세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