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8-01 15: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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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사진)이 본업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이 신사업에 몰두하면서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한화그룹 유통 및 서비스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해진 상황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부사장이 신사업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그룹 유통·서비스 계열사에서 신사업에 매진하는 사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실적은 뒷걸음쳤다. 신사업에서 나오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보니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목표 아래 ‘본진’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최근 김 부사장이 본업에 집중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일 한화그룹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김동선 부사장이 역할을 맡고 있는 계열사에서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경영 행보를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파이브가이즈 매각이다.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매각이 사실이냐’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파이브가이즈 매각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행보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유명 수제햄버거 프랜차이즈로 김 부사장이 직접 한국에 유치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현재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가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2022년 파이브가이즈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여러 차례 미국을 오갔다. 창업주를 설득하려면 오너일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노력 끝에 한화갤러리아는 2022년 10월 파이브가이즈 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파이브가이즈 한국 론칭에 앞서 2023년 4월 홍콩에 있는 파이브가이즈 매장 2곳에서 진행된 현장실습까지 참여하는 등 꾸준한 열의를 보였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에프지코리아 설립 이듬해인 2024년 곧바로 영업이익 34억 원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7.3%인데 이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괜찮은 수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햄버거 사업보다는 백화점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명품관의 재건축과 관련한 투자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브가이즈의 매각 대금은 최대 1천억 원가량으로 거론된다.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본업 강화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서울 강북구에 있는 리조트 ‘파라스파라서울’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파라스파라서울은 북한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서울 유일의 리조트다. 1박 평균 가격이 40만 원 안팎일 정도로 수준급 리조트로 알려져 있다. 2021년 8월 개장해 4살밖에 안 되는 신생 리조트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파라스파라서울을 소유한 법인 정상북한산리조트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는 최소 2천억 원대로 추정되는데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1277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꽤 공격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단순 검토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리조트부문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푸는 느낌이라는 반응도 리조트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리조트는 대부분 연식이 오래되어 설비가 노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악리조트의 개장 시기는 1982년 1월이며 용인과 경주, 산정호수, 대천 등도 모두 운영에 들어간 지 30~40년 됐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 거제리조트와 여수벨메르, 양양브리드 등을 개장하며 신식 호텔과 리조트도 만들었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낙후한 리조트’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5성급에다 신식으로 평가받는 파라스파라서울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명품관(사진)의 재건축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본업을 챙겨야 할 시기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한화갤러리아 영업이익은 2023년 98억 원 2024년 32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1분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75.2% 쪼그라든 18억 원에 그친다.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대표 백화점인 갤러리아명품관은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났으며 나머지 백화점 4곳 역시 모두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지난해 매출은 2.6%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41.9% 하락했다. 리조트부문만 보면 2023년 영업이익 210억 원에서 2024년 영업손실 1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의 ‘외도’가 본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한화그룹 밖을 떠돌다가 2022년 3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신사업전략실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면서 한화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쳤다.
한화갤러리아만 하더라도 2023년 파이브가이즈 도입, 2024년 음료 제조회사 퓨어플러스 인수, 2025년 아이스크림 벤슨 론칭 등이 모두 김 부사장의 손끝에서 이뤄졌다.
한화푸드테크에서는 2024년 미국의 로봇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8700억 원짜리 아워홈을 인수하기 위해 6천억 원이 넘는 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까지 했다.
김 부사장이 추진한 여러 신사업 행보 가운데 일부는 한화갤러리아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뿐 아니라 한화그룹 여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여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의 본업인 백화점이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본업인 호텔과 리조트 등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왔다.
실제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모두 경고등이 켜지자 김 부사장이 신사업보다는 본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 내부에서 너무 많은 자리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 위기를 부르는 요인이라고도 본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의 미래비전총괄을 비롯해 모두 7개 회사에서 보직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그룹의 유통·서비스·기계 부문의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 계열사 사이의 긍정적 시너지가 창출되는 등 실제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