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양지로 지정돼 '바다의 청와대(청해대)'로 불리는 거제시 저도를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이 찾는 일이 드물어 주로 해군 휴양지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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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거제 저도. 위로 거가대교가 지나고 있다.<거제시> |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10일 “거제 저도 반환을 민주당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정권교체와 동시에 저도 반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거제 저도는 국방부 소유로 해군이 관리하고 있다. 최근 지역 시민단체의 반환요구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대선공약으로 추진될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대통령의 추억’ 저도를 ‘국민의 추억’ 저도로 만들겠다”며 저도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저도는 거제도 북쪽 끝에서 1㎞ 떨어진 43만 4181㎡ 넓이의 작은 섬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활용하다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양지인 청해대로 공식지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어린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저도를 찾았다.
휴양지 지정은 대통령령에 의거해 1993년 해제됐지만 여전히 국방부가 소유·관리권을 지니고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다. 군사요충지로 섬 곳곳에 군사보호시설이 있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거제시민들은 군사지역이라는 것은 면피용이고 사실상 해군 고위층의 전용 휴양지라며 소유권과 관리권을 거제시에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2만2천여 대의 차량이 매일 저도 위를 지나 이미 보안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해군은 2010년 대우건설이 저도에 콘도시설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거가대교 건설을 허락했다.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장은 최근 성명에서 “군사보호구역이라는 핑계로 해군 장군들의 접객업소로 만들지 말고 거제시로 소유권을 이양해 국민광광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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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거제 저도에서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 글귀를 새기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
해군은 거가대교 건설로 근처에 주요시설이 들어서 저도의 군사적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저도 반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여름휴가를 위해 저도를 찾아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귀를 새기는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최순실씨가 연출한 정황이 최근 드러나면서 저도 문제도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선 해군장성 부인 40여 명이 2013년 저도의 콘도에서 야유회를 벌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엄현성 해군총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조선업계의 어려운 사정도 저도 반환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저도의 소유권 및 관리권 이관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저도를 장군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조선산업 불황으로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도를 개방해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