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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의원. |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개혁보수신당이 경제정책에서 야당에 가까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면서 재계의 근심이 깊어진다.
◆ 유승민·남경필 등 신당파, 경제문제에 진보성향
26일 개혁보수신당 창당추진위원회는 27일 새누리당과 분당을 선언하고 내년 1월24일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분당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30여 명의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신당 창당은 정치권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수 있지만 재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당에 합류하기로 한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신당 창당 후 국회의 경제민주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부터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노선에 직격탄을 날렸던 인물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해 여당보다 야당의 찬사를 받았다. 유 의원은 재벌 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를 역설했다.
유 의원은 기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유 의원은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재벌 이익이나 대변하는 부패한 보수로는 희망이 없다”며 “야당과도 맞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면 때로는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의원은 야당과 차별성을 유지하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나 정의당처럼 재벌 해체는 아니고 대기업에 자유는 주지만 레드라인을 넘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중요 정책이슈에 들어가면 개혁 보수와 기존 진보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과 정책 노선을 함께 하는 이혜훈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과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멤버였던 홍일표 의원 등은 신당 합류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인물들이다.
20대 국회 들어 이 의원은 대기업 총수의 사면을 제한하는 법안을 냈고 홍 의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법안을 내는 등 야당 의원 못지않게 개혁적 성향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23일 신당 합류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도 10월 야권에서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을 낼 때 여당 의원으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주목을 받는다. 남 지사는 23일 SNS에 “신당은 새누리당이 막았던 개혁입법을 야당과 협력해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신에 따라 야권과 협력이 가능한 인물로 여겨져 앞으로 신당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재계 믿을 곳은 김무성?
야당은 보수신당과 충분히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재벌·검찰·언론개혁 등 가능한 부분에서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개혁보수신당이 선거연령 인하, 경제민주화 관련 상법,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입법, 방송법 등을 받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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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의원. |
개혁보수신당이 야3당과 입법 공조에 나설 경우 여당이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를하려고 해도 의석 미달로 필리버스터 소집 요건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체 의석수에서 야4당은 200석을 넘어설 뿐아니라 각 상임위별 의원 숫자도 대부분 3분의2 이상을 점유한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의원총회에서 “보수신당 출현으로 야4당이 처음으로 200석을 넘는 개혁입법 황금기가 왔다”고 말했다.
국회의 방어선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정작 재계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기업들을 대표해 나서 줘야하는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재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특검 수사망에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기는커녕 접촉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는 겉으로 표현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다만 유 의원과 더불어 신당의 또다른 축인 김무성 의원은 보수노선으로 어느 정도 경제 정책에서 균형추를 맞출 만한 인물로 꼽힌다. 김 의원은 당대표 시절 노동계 파업을 서슴없이 비난하고 야당 소속 지자체장의 복지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보수색채가 강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올해 8월 국회에서 격차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을 여는 등 최근 화두인 경제문제에 있어 이전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신당에서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의 측근인 김학용 의원도 국회 미래혁신포럼을 열었고 조전혁 전 의원은 싱크탱크격인 공정사회연대를 출범했다. 격차해소와 공정사회 등의 용어는 여권보다 야권에서 즐겨 사용하는 말인데 김 의원과 주변그룹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모양새다.
보수신당의 무게중심 자체도 유 의원 쪽으로 쏠려 있어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한 김 의원이 정책 주도권을 쥐기도 어려워 보인다.
유 의원은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재벌 개혁, 복지 등에서 생각이 다르다”면서 “당의 정체성이나 이념노선을 정할 때 정통적인 보수정책을 취하던 분은 빠지고 개혁적인 생각을 지닌 분들에게 맡기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26일 “신당 창당 과정에서 유 의원과 정책노선을 놓고 이견은 없다”며 “토론 끝에 결론을 내는 것이 당의 노선인데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말해 유 의원에 힘을 실어줬다.
신당 합류를 결정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김 의원과 비슷하다.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물러났던 전력이 있는 만큼 경제정책에서 보수색이 강한 인사지만 올 들어 공존과 상생을 내걸고 공생연구소를 여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9월 ‘왜 지금 공존과 상생인가’라는 책도 펴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