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최근 그래픽카드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크게 인상하고 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사인 TSMC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단가 상승과 트럼프 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엔비디아 실적 악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2일 부품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여러 악재로 큰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지며 모든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규제로 중국 시장에 수출하던 인공지능 반도체 ‘H20’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수출 중단으로 이번 분기에 입게 될 손실 규모만 55억 달러(약 7조7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디지타임스는 이러한 손해를 일부 만회하기 위해 RTX5090 그래픽카드와 H200, B200 등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반도체의 가격을 약 10%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9만 대만달러(약 416만 원) 안팎이던 에이수스 RTX5090 현지 판매 가격은 최근 10만 대만달러(약 463만 원)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엔비디아가 최근 가동을 시작한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블랙웰’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긴 점도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현지 반도체 기업이 자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에 맞춰 앞으로 4년 동안 5천억 달러(약 700조 원) 상당의 인공지능 반도체와 서버 등을 미국에서 제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는 미국 첨단 파운드리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드는 소재 원가와 인건비 등 비용이 대만 공장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고객사들에 일부 전가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가 TSMC에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비용이 상승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한 제품 가격 상승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 H200과 B200 기반 서버의 가격이 이전보다 약 10~15%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는 H20 중국 수출 중단에 따른 실적 타격을 만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는 TSMC와 마찬가지로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해 고객들에 전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엔비디아 실적은 충분한 방어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비디아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매출은 430억 달러로 지난 회계연도 1분기와 비교해 약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총이익률은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지시각으로 4월27일 마감된 엔비디아 회계연도 1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은 5월28일로 예정돼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