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내년에 국내 부동산시장의 위축으로 수익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대체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 등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주요수익원으로 두고 있는데 내년에 국내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수익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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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등을 주선하는 사업을 뜻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을 증권사에서 보증을 통해 보강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포함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수익의 절반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포함한 기업금융에서 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 건물이 헐값에 팔리거나 분양이 잘 되지 않아 건설사에 빌려줬거나 지급보증을 해서 생긴 우발채무가 실제 빚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아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기준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연관된 우발채무 5조4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발채무잔액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보다 3배가량 많으며 2분기와 비교해도 6천억 원가량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준공 뒤 생긴 미분양물량을 담보로 잡는 미분양 담보대출확약을 통해 우발채무를 방지해 왔지만 최근 지급보증을 섰던 강원도 평창 지역의 고급아파트가 미분양돼 450억 원 규모의 우발채무가 생겼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부동산경기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염려한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로 급랭하고 있으며 규제가 추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증권사가 분양률 저하 등에 대응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11월 기준 113.2로 전달보다 10.0포인트 떨어졌다. 부동산거래량은 10월보다 늘었지만 전달과 비교한 거래 증가폭은 줄었다. 정부가 11월3일에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등 부동산규제를 강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동산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중금리와 대출금리도 상승해 부동산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희문 사장이 대체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위축될 위험성이 높아진 국내 부동산시장 외에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 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1조 원 규모의 항공기펀드를 조성한 일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30여 대를 사들여 글로벌 항공기 리스사인 GECAS에 임대와 운용을 맡기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10월에 키움증권 등과 공동으로 독일 도이치텔레콤 본사사옥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해외부동산 투자도 5년 만에 다시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근 메리츠캐피탈을 인수해 자기자본을 2조2천억 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내년에 대체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체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는 대부분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진행돼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국내 부동산금융시장의 위험성이 당장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체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좋은 거래가 나오면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