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ABL생명 합치면 직원 1700명 육박, 우리금융 '구조조정' 없이 인수 가능할까
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4-15 14: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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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과 임직원이 15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고용 보장과 보상방안 제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단순히 (생명보험이라는) 업권이 같다는 이유로 중복 인력이 발생해 강제 구조조정에 휘말릴까 봐 직원들의 불안감이 큽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노조) 지부장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이 끝나고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회견장에 내건 현수막엔 ‘직원 고용 보장, 보상방안 제시 촉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시도를 겨냥한 '선제적' 의사 표시였다. 이날 회견이 '선제적'인 이유는, 인수 관련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와 관련, 가장 최근의 금융위 논평은 "안건소위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 확정이 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과거 유사한 인수합병 사례에서 발생한 구조조정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2020년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희망퇴직이 있었다. 신한금융은 ING생명을 인수한 뒤 2021년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둘 다 거대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케이스였다. 구조조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 편입은 동양생명·ABL생명 두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패키지 인수'다. 두 회사의 임직원 수를 합치면 1700명에 육박한다. 단순 비교하자면, 다른 금융지주사 산하 생명보험사 직원 수의 2배를 웃돌기도 한다.
노조 측은 금융위와 우리금융지주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두 회사 노조는 이날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주인인 중국 다자그룹과 인수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는 노조의 대화 요구에 원론적 답변으로 대응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에도 책임감 있는 인수 승인 검토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노조는 2024년 6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인 2024년 7월에도 고용 보장과 노조와 긴밀한 소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금융위가 빠르면 4월 안에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조건부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 등이 나오며 재차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의 조기 대응은 앞서 다른 금융지주사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당시 사례를 의식하고 고용보장을 선제적으로 요구해 교섭력을 더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