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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이 현대카드는 2등만 하겠다는 이유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8-20 21: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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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이 현대카드는 2등만 하겠다는 이유  
▲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2013년 6월24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의 새로운 핵심전략 챕터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왜 2등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일까?

2등은 기회와 위기의 자리다. 1등이 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며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안주하면 도전자들을 만나 생존을 걱정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2등은 불안하다.

그런데도 정 사장은 “언제까지 2등만 하겠다”고 말한다. 1등이 되기 위해 1등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행보일까? 아니면 2등 자리에 안착한 뒤 1등에 도전하겠다는 계산된 발언일까?

정 사장이 2003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할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7%로 업계 꼴찌였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현대카드는 10% 초반대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삼성카드, KB국민카드와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현대카드를 만든 것은 ‘1등 따라하기’가 아니였다. 정 사장은 차별화 전략을 줄곧 추구했다. 파격적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현대카드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해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그런 정 사장을 향해 ‘2등 현대카드’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이었다. 위 사장은 현대카드가 2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정태영 사장은 “언제까지 2등만 하겠다”며 맞받아쳤다.

◆ 현대카드의 냉정한 업계 순위는 3~4위

현대카드는 각종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2등이 아니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국내 카드사 중 네 번째로 높은 카드 이용실적을 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각각 25조6900억 원, 1300억 원으로 모두 25조8200억 원을 이용실적을 올렸다.

현대카드보다 높은 이용실적을 낸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3곳이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49조9천억 원의 이용실적을 내면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KB국민카드가 34조1100억 원, 삼성카드가 28조220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현대카드는 업계 3위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실적(25조6900억 원)은 신한카드(40조8천억 원)와 삼성카드(27조6200억 원)에 못 미친다. 4위에 오른 KB국민카드(23조6600억 원)도 현대카드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를 놓고 보면 현대카드는 삼성카드, KB국민카드와 치열한 2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부문에서 삼성카드에 밀리고 체크카드 부문에서 KB국민카드에 다소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얼마 전 “우린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카드가 실적 측면에서 3, 4위에 그치는데도 정 사장이 2등이라고 규정한 점도 그렇지만 1등이 아니라 언제까지 2등을 하겠다는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 얼떨결에 2등이 된 현대카드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넓은 사무실은 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있는 옷집은 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 우린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다.”

  정태영이 현대카드는 2등만 하겠다는 이유  
▲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정 사장은 지난 6월 페이스북에 ‘2등 현대카드’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이 “신한이 현대를 2등이라고 디스(폄하)한 것 때문이냐”는 글을 남기자 정 사장은 “얼떨결에 공인 2등이 된 이상 각오라도 밝혀야죠”라고 답변했다.

정 사장의 ‘얼떨결 2등’ 발언은 사연이 있다. 현대카드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으로부터 2등으로 평가받았다. 위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의 챕터2는 2등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챕터2는 신용카드 혜택을 포인트와 캐시백 둘 중 하나로 고객에게 몰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복잡했던 신용카드 혜택을 단순화시킨 상품인 것이다. 출시 1년 만에 신규발급 수가 200만 장을 돌파하며 현대카드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위 사장은 신한카드의 새 카드상품 전략인 코드9와 현대카드의 챕터2를 비교하면서 “신한카드는 절대적 1위 사업자로서 특정 고객을 디마케팅하는 전략은 쓸 수 없다”며 “현대카드는 2위 그룹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목표를 보유한 회사여서 신한카드와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챕터2가 고객들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수익을 높이는 디마케팅을 사용하고 있다고 위 사장은 본 것이다.

위 사장의 이런 발언은 정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한 편으로 고맙지만 한 편으로 기분 나쁠 수 있다.

현대카드가 2위권 경쟁에서 다소 뒤쳐져 있는데도 1위 기업이 2위로 인정해 준 것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1위 신한카드를 따라잡을 수 없는 2위로 규정한 것은 정 사장으로서 심기가 불편했을 법하다.

◆ ‘브랜드’ 강자 현대카드, 1위에 오를 수 있나

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역량을 결코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로 현대카드의 최대 경쟁상대로 꼽히는 삼성카드의 원기찬 사장은 거리낌없이 현대카드의 강점을 브랜드 파워로 꼽는다.

  정태영이 현대카드는 2등만 하겠다는 이유  
▲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원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점유율 1등은 신한카드고 브랜드 역량은 현대카드가 앞서는데 이 두 가지를 배우고 극복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잘하는 부분은 비용 효율화와 정도영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브랜드파워는 현대카드를 2위에 안착하게 하는 것은 물론 1위까지 넘볼 수 있게 하는 필승전략이다.

‘REASON 현대카드에 분명한 이유가 있다’(2013년)의 저자 김성철씨는 현대카드가 지금의 브랜드 파워를 얻게 된 원동력으로 ‘기존 1등과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접근한 혁신성을 꼽았다.

파격적인 포인트 적립 시스템과 고객 맞춤형 알파벳 카드,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카드 등의 혁신은 현대카드의 외형성장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김씨는 평가한다. 도발적 광고와 신선한 카드 디자인도 현대카드 성장에 일조했다.

정 사장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 그가 오너 일가였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물론이고 현대카드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모두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다. 오너 경영인으로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할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것이 곧 정 사장의 경쟁력인 셈이다.

◆ 그러나 2위 안착에 공들여야 할 때

현대카드의 과제는 치열한 2위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곧 명실상부 2위로 올라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체크카드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이 악재를 맞았다.

  정태영이 현대카드는 2등만 하겠다는 이유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
2014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2013년 사용액의 50%보다 증가할 경우 40%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소비심리 진작을 위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을 기존 30%에서 40%로 높였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 수요가 늘면서 계좌 개설이 가능한 은행계 카드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은 은행과 제휴를 맺는 등 체크카드 상품강화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중은행권의 외면에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이용실적 중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경쟁상대인 은행계 카드사 KB국민카드(30.6%)는 물론이고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2.1%)의 체크카드 비중에도 크게 못 미쳤다.

◆ 정태영의 과제는?

현대차그룹이 금융감독원에 폐지를 요청한 복합할부금융상품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복합할부금융은 2010년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제도로 차를 살 때 카드사가 먼저 차량구입 금액을 납부하고 고객이 카드사에 할부금을 갚아나가도록 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판매처로부터 수수료를 챙겨 고객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낮춰줄 수 있다고 카드사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으로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삼성카드 및 다른 카드사들이 캐피탈사와 제휴해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이미 현대기아차라는 전속시장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장경쟁 심화로 점유율이 감소하자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금감원에 상품폐지를 요청했다. 현대카드가 그 총대를 멨다.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고 상품폐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다른 카드사와 중소 캐피탈사가 폐지 반대입장을 내세우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관계자들을 불러 상품존폐를 놓고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은 여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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