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이 앞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과 상관없이 혹독한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일 “내년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조선사들이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만큼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국내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력감축이라고 한 연구원은 파악했다. 조선사들의 고정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했거나 지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500여 명, 2016년에 1660여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희망퇴직을 통해 1400여 명을 내보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인위적 인력감축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극심한 수주가뭄이 계속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해 올해 안에 3천 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10월 1천 명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결과 모두 12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1일부터 9일까지 근속연수 5년차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 근속연수가 10년차에서 5년차로 낮아진 것은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인력감축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으로 추가로 인력감축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중공업은 6월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 경영상황과 연계해 2018년 말까지 전체 인력의 30~40%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 당시 직원 수는 1만4천여 명이었는데 현재 직원 수는 1만2천여 명이다.
삼성중공업이 앞으로 2년 동안 2천여 명을 더 줄여 직원 수를 1만 명 안팎으로 만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비조선사업부 분사에 따라 20%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직영인력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앞으로 조선업의 구조조정 성공 여부가 한국 조선사들의 생산능력 감축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이미 생산능력을 크게 줄인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감축은 이와 비교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된 이유는 한국 조선사들 때문”이라며 “이제는 그동안 생산능력 감축노력에 소홀했던 한국 차례”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세계 선박의 92%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건조됐다. 기타지역에서 건조된 선박 역시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들어졌다.
중국의 2015년 선박 건조량은 2011년보다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선박 건조량은 21%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 연구원은 “이 기간 한국의 선박 건조량 감소는 대형 조선3사가 선박보다 해양구조물 제작에 인력과 설비를 배치했기 때문이지 결코 생산능력 감축노력의 결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