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법적인 제한을 감안해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8일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규제 때문에 삼성화재의 지분을 획득하기 힘들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은 근시안적인 접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이 모든 금융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 금융지주회사의 자격을 충족하려면 삼성화재 지분 15%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자사주 15.98%를 매입하려면 2조3400억 원가량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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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보험회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에 자기자본의 60% 또는 전체 자산의 3% 가운데 더 적은 수준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자산의 3%를 적용받는데 현재 남은 투자한도가 3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법에서 보장하는 유예기간 5년을 활용하면 보험업법 규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이 비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받을 경우 관련 요건을 갖추는 데 필요한 유예기간은 최소 5년, 추가적으로 승인을 받으면 7년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이 기간에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금융지주회사로서 보유할 수 없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팔아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오 연구원은 예상했다.
이 경우 삼성생명 투자회사가 모든 금융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해 금융지주회사로 바뀌게 되는데 이 지주회사는 보험업법을 적용받지 않아 계열사 주식·채권의 투자한도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삼성생명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에 관련된 공정거래법(중간금융지주회사법)과 관계없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삼성물산이 일반지주회사로 바뀌었을 때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4%를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법적인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까지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바뀌어야 할 의미가 없다”며 “삼성물산이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된다고 해도 분할을 통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금융회사를 둘 수 없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일반지주회사로 바뀌지 않으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된 삼성생명도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만약 삼성물산이 일반지주회사로 바뀌더라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역시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오 연구원은 바라봤다.
삼성물산을 일반지주회사와 금융회사로,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각각 분할한 뒤 삼성물산 금융회사와 삼성생명 투자회사를 합쳐 금융지주회사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2017년 상반기쯤 지배구조 전환을 눈에 띄게 진행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부문에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