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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재벌 정경유착, 세대교체에도 악습 되풀이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1-24 16: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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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와 재벌 정경유착, 세대교체에도 악습 되풀이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정몽구(앞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회장, 허창수 GS그룹회장, 박용만 두산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이재용 삼성그룹부회장, 박근혜 대통령,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권오준 포스코그룹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12월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 9인이다.

이번 청문회는 TV로도 생중계된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번진 이슈인 만큼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해 7월 독대한 7인은 이미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재벌총수 소환에 취재가 집중될 것을 고려한 것인지 일요일이 낀 주말에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소환조사는 ‘배려 아닌 배려’를 받은 셈이어서 해당 총수들 입장에서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청문회 증인출석은 이런 배려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불출석으로 버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재벌기업의 유착관계에 대한 국민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 등 부메랑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

재벌그룹 총수들이 무더기로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1996년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사건과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불리는 불법 대선자금 제공사건을 꼽을 수 있겠다. 물론 그 이전인 1988년 일해재단에 지원금을 낸 재벌그룹들이 5공 청문회에 대대적으로 세워진 적도 있다.

주요 기업총수들이 대거 검찰에 소환됐으나 당시에는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TV나 신문을 제외하면 지금처럼 정보공유의 채널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였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대기업 총수는 36명에 이르렀다. 이 수사로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6년 첫 공판에서 “기업 등에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 대선지원금 등 정치자금이었고 이는 정치와 경제를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 않았다.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전 전 대통령에게 2205억 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2629억 원의 뇌물수수혐의를 인정했다.

돈을 받은 두 사람이나 기업들이나 모두 ‘국가를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때 대가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본 법원의 첫번째 판례로 간주된다.

당시 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기업인들도 모두 뇌물죄로 처벌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돈이 건네진 것 자체가 뇌물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기업이 세무조사·인수합병·총수의 사면 등 청탁이나 선처를 부탁하지 않아도 뇌물이고, 청탁했을 경우 그 결과가 없어도 뇌물로 인정했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사건은 서울지검이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02년 대선 무렵 거액의 회사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SK그룹 뿐 아니라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됐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가 2.5톤 트럭에 담긴 현금을 트럭째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이 따라다녔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사건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불구속기소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모두 불기소됐다. 파장은 엄청났으나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재판결과에 고려되면서 실형은 면했다.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경련 회장은 1995년 대선 비자금 수사 당시 "앞으로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고 기업윤리헌장도 제정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도 정경유착의 관행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란 싯구를 비틀어 표현해 보면 관행은 여전하되 총수만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과거와 비교해보니 세월이 흘러도 건재한 '단골'이 여럿 있다. 재벌그룹 3세경영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총수들의 면면 일부가 젊어진 점도 눈에 띈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태원, 신동빈 회장의 경우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벌그룹은 영원하고 세대교체가 이뤄져도 그들이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에는 악습도 포함돼 있었던 듯 하니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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