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점안제 위탁생산 방식으로 해외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허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진한 베트남 점안제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의 해외 인증 절차를 밟으면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베트남 공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
7일 삼일제약에 따르면 베트남 점안제 공장은 시험가동에 들어가면서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베트남 공장에서 상업생산을 위한 첫 단추인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았다”며 “앞으로 국내와 미국 등 별도 GMP 인증을 관리하는 국가 인증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일제약의 베트남 점안제 공장은 베트남 의약품청에서 9월26일 GMP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베트남은 별도로 GMP 인증 기준을 운영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따르고 있어 별도로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고 수출이 가능한 상태다.
GMP 인증을 받기 이전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베트남 공장 실사를 진행하면서 삼일제약의 위탁생산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인증을 획득한 만큼 실질적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업 마케팅 부문 총괄 사장을 해외 영업에 잔뼈가 굵은 신유석 전 동아에스티 해외사업부장을 영입한 것도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사장은 1999년 한국 화이자제약에서 평사원을 시작으로 GSK 코리아 CNS 마케팅팀장, GSK 타이완 마케팅 임원을 거쳐 2010년 동아에스티로 옮겨 영업 마케팅과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허 회장으로서는 승부수를 띄운 베트남 점안제 공장의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 호찌민시에 있는 점안제 공장 전경. <삼일제약> |
허 회장으로서는 최근 처음으로 삼일제약 단독 대표에 오르면서 오너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있는데 자신이 추진한 베트남에서 성과를 낸다면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수 있다.
삼일제약은 9월30일 공시를 통해 기존 김상진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허 회장의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삼일제약은 1947년 설립된 제약사로 국내에서는 안과 영역에서 최대 규모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8년 점안제 영역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위탁생산(CMO) 사업 진출을 위해 베트남에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당시 허 회장은 2018년 7월 삼일제약의 173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버지 허강 명예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해이기도 하다.
사실상 허 회장이 경영 승계를 굳히면서 처음으로 추진했던 것이 베트남 점안제 공장인 셈이다.
베트남 공장 설립이 결정됐던 2018년부터 삼일제약은 5년 동안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허 회장이 베트남 공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실제 베트남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가 진행되면서 삼일제약의 재무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되기도 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로 여겨지는 부채비율의 경우 2018년 163.8%에서 2021년 244.4%까지 치솟았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다양한 외부 업체들에서 베트남 공장을 방문했던 이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약에 대한 내용들은 공시 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