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제4인터넷은행 출범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급증 속에 수요를 크게 흡수했고 일반은행과 비슷한 영업을 펼쳐 출범 초기 기대한 새로운 ‘혁신’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올해 안에는 출범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와 제4인터넷은행을 노리는 금융사도 신중론을 이어가고 있다.
▲ 정부가 제4인터넷은행 출범 시점을 고심해 진출을 노리는 금융사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4인터넷은행과 관련해 "현재 은행권을 대상으로 경쟁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11월까지는 심사기준을 마련해 그뒤 신청 접수 등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놓고 금융당국의 제4인터넷은행 가이드라인 제시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7월 인사청문회 때만해도 하반기에는 인가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금융위가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 지난해 7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진척 상황이 더진 셈이다.
제4인터넷은행 기준 마련과 출범이 지연되는 데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월 한 달에만 9조8천억 원이 늘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해 2021년 7월 이후 3년 1개월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인터넷은행은 이 가운데 올해 초부터 주택담보대출로 확대 적용된 대환대출 시스템 수혜를 보며 덩치를 키웠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은 3조3천억 원, 케이뱅크 아담대(아파트담보대출)는 1조7500억 원이 늘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담대를 내놓지 않았지만 출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토스뱅크가 연체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자산인 주담대 상품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추가 출범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인터넷은행이 초기설립 목적인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 효과를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는 점도 정부의 고심 원인으로 꼽힌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들어 전체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 내주며 목표치를 넘겼다. 다만 지난해만 해도 3사 가운데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2곳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추가 출범 의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과 일찌감치 연결된 은행들은 검토중이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제4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4월, IBK기업은행은 6월 각각 더존뱅크, 유뱅크와 손잡고 제4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 알려졌다.
사실상 기존 은행 가운데 참여를 확정지은 것은 한국신용데이터(KCD)의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의 우리은행뿐이다.
은행권은 당국 기준이 확실해지면 컨소시엄이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출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며 “당국의 기준이 명확하게 나온 뒤에야 시중은행들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