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현장에서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경기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지난 6월 발생한 화재사고는 재벌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와 산업 구조에 자리잡은 약점을 보여준다는 일본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하청업체가 대기업을 비롯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노동자 안전보다 납기일을 우선시해야만 하는 등 문제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6일 “23명의 사망자가 나온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는 한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1천 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수많은 재앙 가운데 하나의 사례”라고 보도했다.
하청업체가 사업 기반을 유지하려면 재벌기업의 압박과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국의 현실이 이번 사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아리셀은 군납 배터리 공급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늘렸고 이 과정에서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를 다수 활용했다.
이들은 배터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을 파악할 수 없었고 비상시 대피 방법도 안내받지 못했다. 더구나 비상 출입구도 정규직만 출입이 가능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아리셀의 경우 군용 배터리 납기일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이런 사고가 벌어졌지만 닛케이아시아는 결국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아리셀과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안전 점검과 교육보다 납기일과 같은 고객사의 요구를 우선시해야 하는 환경이 일반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기업이 이처럼 하청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를 비판한 외서 ‘삼성 라이징’ 저자 제프리 케인은 닛케이아시아에 “한국 기업에는 안전보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이는 재벌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하청업체들이 대기업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어 납기일 준수와 같은 요구를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재판 결과가 한국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에게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 보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2022년 법안이 시행된 뒤 대표이사가 구속된 사례는 박 대표가 처음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박 대표의 재판 결과가 한국전쟁 이후 노동자 안전보다 효율성을 중시해 온 한국 기업과 산업 문화에 변화를 추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