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올해 반도체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규제에 선제대응해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HBM2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올해 들어 해외에서 수입한 반도체 물량과 금액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물량 확보를 서두른 결과로 분석된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은 1~7월 반도체 수입 물량이 3081억 개, 금액은 2120억 달러(약 292조3천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량은 14.5%, 수입액은 11.5% 각각 늘어나며 큰 증가폭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HBM 규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대거 사들인 결과가 이번 집계에 반영되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화웨이와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기업이 올해 삼성전자 HBM을 대량으로 구입하며 재고 확보에 주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을 대상으로 대중국 수출 규제를 검토하자 중국 기업들이 이를 앞두고 ‘사재기’에 나선 셈이다.
HBM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서버와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사양 메모리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기업이 HBM 생산체계를 갖춰내고 있지만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은 상위 경쟁사인 한국 반도체기업과 비교해 뒤처질 공산이 크다.
미국 규제로 중국에 HBM 공급이 끊긴다면 현지 IT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한국산 물량 수입을 서두른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490억 달러 안팎으로 2022년 대비 15.4% 감소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를 낸 결과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입액이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따른 위기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새 대중국 수출 규제는 HBM2와 HBM3, HBM3E 반도체는 물론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