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눈앞에 둔 시점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거센 합병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합병을 당하는 입장이라 손 쓸 카드가 전혀 없지만 모든 비난은 원 사장이 홀로 받고 있다.
▲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대한항공과 합병 관련 노조의 반발과 실적 부진으로 난감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주인없는 채권단 관리체제가 지속된 가운데 영업실적도 다른 항공사보다 부진하다.
12일 아시아나항공 일반직·조종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대한항공과 합병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의 수위를 높여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원 사장이 올해 도입돼야 할 A350 항공기 2대를 받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노조는 해당 항공기를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을 놓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재 운영 계획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배임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이 오랜 시간을 거쳐 고객사와 도입을 추진했던 항공기가 대한항공에 넘어갔다는 게 제조번호를 통해 확인된다며 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이 합병 이후 고용 유지와 처우 보장을 놓고 불안해하면서 합병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노조 문제는 원 사장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노조가 우려하는 고용 유지나 처우 보장 등의 문제는 대한항공과 합병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인 만큼 사실상 대한항공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조 역시 대한항공과 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현재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내부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합병이 이뤄진 게 아닌 만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간섭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자칫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 사장으로서는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배임을 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화살받이가 된 셈이다.
원 사장의 시름을 더하는 문제는 또 있다.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312억 원을 내며 적자를 봤다. 대부분의 주요 항공사들이 영업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합병이 미뤄지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력 훼손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채가 많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상당 부분 이자로 뱉어내야 하는 탓에 순이익은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이익 623억 원을 거뒀지만 순손실은 1529억 원을 봤다. 이자비용 1021억 원은 환율 변동에 따른 차손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순이익을 크게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 1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항공노조원 및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사장은 대한항공이나 현재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라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 경영활동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실적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원 사장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과 합병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원 사장은 1964년 출생으로 1990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뒤 인사팀장, LA화물지점장, 경영관리본부장, 화물본부장 등을 거쳤다. 화물본부장 시절인 2022년 12월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고 2023년 3월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원 사장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시절부터 ‘전사 기업결합 태스크포스(TF)’의 팀장을 맡으며 대한항공과 합병을 지원하는 일을 직접 총괄하기도 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요청 사항에 대한 심사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애초 원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사령탑을 맡으며 부여 받은 최우선 과제가 대한항공과 합병을 원활하게 완수하는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