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향해 정부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요구가 나왔다.
상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자사주 매입 규제를 강화한다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2일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상원 및 하원의원들은 최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향한 서한을 보냈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인텔과 BAE시스템스가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데 우려를 표시하는 내용이다.
인텔은 미국 정부에서 85억 달러(약 11조7895억 원), BAE시스템스는 3500만 달러(약 485억 원) 가량의 금전적 지원을 각각 받는다.
해당 자금은 반도체 공장 증설에 활용되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정부 보조금을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의원들은 이번 서한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일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최대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수령한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지난해도 BAE시스템스에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BAE시스템스는 정부 보조금이 모두 시설 투자에 활용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 세부 규칙을 논의할 때부터 대상 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을 주가 부양 등 목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더 엄격한 규제 마련을 촉구한 만큼 반도체 기업을 향한 자사주 매입 관련 지침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상무부가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한 조치를 강화한다면 미국 정부 보조금 지급이 예정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계획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해 64억 달러(약 8조8742억 원) 상당의 투자 보조금을 받게 된다.
미국 정부가 자사주 매입 금지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면 삼성전자가 당분간 주가 부양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미국 정치권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민감하게 바라볼 가능성이 큰 만큼 주가 부양 정책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CNBC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정부 보조금 지급을 두고 대상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금 대상 선정이 아직 예비 결정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한 규제 방안도 구체화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