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세계 1위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미국에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지만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의 굳건한 방어에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약가협상법이 바뀌면서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다만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의 약진에 대응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주요 보험사들을 공급망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가 미국에서 4월 아달리무맙(휴미라의 성분명) 시장에서 점유율이 80%대로 빠졌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미국에 진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10종의 전체 아달리무맙(휴미라의 성분명) 점유율은 월간 기준으로 4%에 그쳤다. 올해 4월부터 바이오시밀러 신규 처방이 급증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의 시장 점유율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휴미라의 방어선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4월 첫째주에는 신규 처방 기준으로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36%까지 확대했다.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인 CVS헬스가 4월 보험적용 의약품 목록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를 제외하고 산도즈와 계약을 통해 산도즈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히리모즈를 단독 등재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영향력이 넓어졌다.
산도즈 히리모즈는 단독 등재에 힘입어 4월 첫째 주 기준으로 미국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유율 93%를 보였다. 둘째 주 기준으로는 82%를 보였다.
산도즈는 CVS헬스 자회사와 공동 판매 전략을 통해 확실한 공급망을 확보했다.
산도즈와 CVS헬스의 움직임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에게도 힌트나 다름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려면 산도즈처럼 확실한 공급망을 찾아야 한다.
CVS헬스는 미국 사보험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하고 있다. 다른 사보험사들도 앞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약가협상과 관련한 법을 재설계하면서 보험사들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IRA 약가협상법안은 인플레이션 환불을 요구해 기존 처방약 가격 인상비율을 제한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위험부담을 재조정하기 위해 메디케어 파트D 보험급여를 재구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특히 2024년에 이어 2025년 1월부터 메디케어 파트D 재설계에 따라 연방정부와 환자의 부담이 보험사에게 직접 전가되는 만큼 보험사로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의약품 등재 목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체적으로 2025년 1월부터 환자는 595달러 미만까지는 자신이 전체 부담하지만 595달러 이상 2천 달러 미만에서는 보험사가 65%, 제조사가 10%, 환자가 25%를 부담한다. 2천 달러 이상부터는 정부가 20%, 보험사가 60%, 제조사가 20%를 지불해야 한다.
이번 재설계안으로 2천 달러 이상에서 환자와 정부의 부담은 없어지거나 대폭 줄어든 대신 보험사 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가의 약제일수록 보험사가 부담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저렴한 WAC(제약사가 결정하는 의약품 공시가격) 제품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물론 저렴한 WAC 기준에서도 보험사들의 부담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증가율이 비교적 낮다”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파트너사인 오가논을 통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로 미국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에 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제품사진.
구체적으로 미국 대형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와 센틴, 시그나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쉴드 산하 프라임테라퓨틱스 등의 처방집에 등재됐다.
블루크로스의 경우 미국 처방약급여관리업체 가운데 5위권에 해당된다.
셀트리온도 올해 4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하반기 상호교환성 허가 여부까지 받은 덕분에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상호교환성 허가는 바이오시밀러와 별개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상호교환성을 확보하면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의사의 개입 없이 약국에서 대체 조제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애초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세계 1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데다 미국 시장이 가장 큰 만큼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일부만이라도 차지한다면 매출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휴미라는 2022년 기준으로 글로벌에서 매출 212억 3700만 달러(약 27조6천억 원)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에서만 따져봐도 매출이 186억 달러(약 25조6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 업체들이 점유율 1%만 해도 단순 계산하면 매출 2500억 원 이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휴미라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 치료제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에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 공략은 중요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출시됐음에도 휴미라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었다”면서도 “최근 산도스 하이리모즈 처방 급증하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도 매출 확대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