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늄 균주 소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만 핵심으로 여겨지던 휴젤과 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기대했던 미국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패소하면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수익성 확보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심결을 놓고 사실상 휴젤이 승기를 잡았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ITC는 '보툴리늄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휴젤의 위반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2022년부터 레티보와 관련해 휴젤과 휴젤아메리카, 휴젤의 미국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와 분쟁을 벌여왔다.
구체적으로 위원회는 예비심결에서 “메디톡스가 주장한 균주 절취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특정 보툴리늄 톡신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을 미국으로 수입할 경우 미국관세법 337조에 위반하는 사항은 없다”고 봤다.
미국관세법 337조는 미국의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예비심결인 만큼 본심결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지만 그동안 이를 뒤집은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크게 다를 가능성이 낮다.
실제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대웅과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진행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예비심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본심결에서도 제재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대웅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정 대표로서는 미국 소송에서 실익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앞서 대웅과 에볼루스에서는 나보타(대웅제약 보툴리늄 톡신 제제)에 대해 로열티 및 합의금 등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소송비용만 지불하고 끝날 수 있다.
정 대표로서는 본심결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의 경우 비용이 1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휴젤의 레티보 제품 사진.
실제 메디톡스는 2019년 소송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를 351억 원 지출했는데 2023년에는 504억 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휴젤뿐 아니라 젠틱스와도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비용부담이 커진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매출을 냈음에도 소송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손실을 봤다.
메디톡스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46억 원, 영업손실 9억 원을 봤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8% 늘었지만 적자로 돌아섰다.
더구나 메디톡스가 보툴리늄 균주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대웅제약 등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미국 심결이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메디톡스는 현재 국내에서 대웅제약과 보툴리늄 균주 도용 문제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1심에서 이겼지만 대웅제약이 바로 항소하면서 2심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본심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정 대표로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휴젤의 위법 행위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예비심결에 매우 유감”이라며 “하지만 휴젤의 보툴리늄 톡신 제제는 불법 제품이며 메디톡스뿐 아니라 미국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전체위원회와 미국 항소법원, 대통령 등 상급기관을 포함한 결정 절차 가운데 초기에 해당할 뿐”이라며 “최종결정을 내리는 전체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모든 증거와 주장을 검토한 이후 해당제품에 금지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