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선정을 두고 NH농협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방식이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경쟁으로 바뀌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는데 농협은행이 ‘터줏대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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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 지자체 금고은행을 맡은 광역지자체 10곳과 기초지자체 155곳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금고은행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새로 선정한다.
지자체 금고은행은 지방세 세입, 정부 교부금, 기금 등의 예치와 출납업무를 맡으며 제1금고은행(일반회계)과 제2금고은행(특별회계)로 나뉜다. 은행 입장에서 마진은 적지만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공무원 고객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공개입찰에서 경상북도(8조5천억 원)의 제1금고은행과 울산시(3조4천억 원)의 제2금고은행 자리를 유지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농협은행은 경기도의 제1금고은행으로서 연간 예산 20조 원 가운데 18조 원가량을 예치하고 있는데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이 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도는 서울시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운용하고 시중은행의 활동영역도 넓어 지자체 금고은행을 노리는 은행들이 많다”며 “농협은행이 17년 동안 제1금고은행을 맡았지만 올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경상남도(7조5천억 원)의 제1금고은행과 제2금고은행을 모두 맡고 있는데 경남은행이 공개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광주에서는 1조7천억 원 규모의 광주교육청 금고를 놓고 광주은행과 맞붙고 있다.
농협은행은 3월 기준으로 전국 1177곳에 이르는 방대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 금고의 70%가량을 맡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영업기반으로 두고 있는 지방은행들도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7월 지자체 금고은행을 선정하는 방식이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시중은행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농협은행은 2001년부터 11년 동안 부산시 제2금고은행을 맡았지만 2012년 공개입찰에서 국민은행에 밀리기도 했다. 광주시 금고도 광주은행(제1금고)과 국민은행(제2금고)이 맡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는데 이 점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본 데 이어 최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에 1%금리대 특혜성 대출을 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시중은행에서 대부분 철수한 시골 지역에도 이익과 관계없이 진출해 있다”며 “지자체 금고를 선정할 때 행정기관 측에서 이 점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