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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맥킨지 보고서가 조선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맥킨지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3사체제를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양사체제로 재편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사체제 재편에 힘이 다시 실리는 등 맥킨지 보고서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
정부가 큰 그림을 봐야 할 조선업 구조조정을 민간 컨설팅회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전제가 틀려” 수습 나선 정부
13일 업계에 따르면 맥킨지가 대우조선해양의 자력생존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맥킨지 보고서를 두고 질문이 이어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맥킨지 보고서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보고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충분히 토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이 “이견이 많으면 내용이 바뀌나”라고 묻자 유 부총리는 “전제가 틀린 걸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내용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컨설팅을 의뢰한 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현재 컨설팅 내용에 대해 내부협의가 진행 중이며 최종 컨설팅 결과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일단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고 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양사체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0월 안에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내부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데다 수개월 동안 기다려온 맥킨지 보고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는 이제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을 전제로 돈을 계속 대왔다”며 “최종결론을 내야 하는 마당에 외국 컨설팅회사에게 맡긴 방안을 들고 온다니까 벌써부터 신뢰에 금이 간다”고 말했다.
◆ 현실성 떨어지고 새로운 것 없다는 지적도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지금까지 나온 얘기의 반복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보고서 내용은 특수선부문 분리, 상선부문 설비 50% 이상 감축, 해양플랜트부문 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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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6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국세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위원 질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을 제출할 때 이미 특수선부문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분리한 뒤 기업공개하는 방안과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분리매각 가능성은 일단 낮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사업부는 연간 매출이 1조 원, 영업이익률은 6~7%로 추산된다. 다른 사업부와 비교해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9월 청문회에서 “분리매각을 현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사업과 나쁜 사업이 같이 가는 쪽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과 해양플랜트부문에서도 자체적으로 설비를 줄이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이미 설비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앞으로 수주잔량 등을 감안해 추가 생산설비 축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행 중인 개선안을 내놓는 수준에 그쳤다”며 “정부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놔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컨설팅 무용론도 나와
컨설팅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가장 높은 편인데 조선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민간 컨설팅회사에게 이들의 운명을 맡겼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우조선해양의 컨설팅을 맡았다. 특히 2013년 상반기에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상선 비중을 전략선종 중심으로 줄이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양플랜트사업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미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컨설팅 무용론이 널리 퍼져 있다.
조선업과 함께 가장 시급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해운업 역시 컨설팅이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상선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백억 원의 비용을 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맡겼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지면서 신속한 위기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컨설팅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해법이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데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철강업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내놓자 철강업계는 “결국 생산설비를 줄이라는 내용인데 설비를 무조건 줄이다가 자칫 중국 철강회사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반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