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이 올해 리딩금융 수성을 두고 신한금융그룹과 쉽지 않은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은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에 발목이 잡혀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 금융지주들과 홍콩 ELS 배상 비용 차이가 큰 만큼 연간 순이익 1위 사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 KB금융이 리딩금융 수성을 놓고 만만찮은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KB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지주에 1위를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2024년 1분기 순이익 예상치 평균은 1조9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은 1조2382억 원으로 KB금융을 1450억 원 차이로 앞선다.
증권사들이 최근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을 8천억~9천억 원대로 예상하고 있어 신한금융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KB금융이 1분기 순이익 846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3% 감소하고 시장 전망치를 24% 밑도는 수치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부터 신한금융을 앞서면서 연간 순이익 1위를 되찾았는데 올해는 홍콩 ELS 악재로 1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홍콩 ELS 배상 규모가 8천억 원 중반대로 예상돼 신한금융(2500억~3천억 원)과 비교해 많게는 3배 가량의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홍콩 H지수 추이를 볼 때 ELS 관련 손실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지 않다.
홍콩 H지수는 2024년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8일 종가 기준 5868.97을 보이는 등 여전히 6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들이 팔린 2021년 초(1만2천 대)와 비교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KB금융은 1분기 홍콩 ELS 배상 비용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배상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연간 실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KB금융은 결국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올해 내내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들이 3월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보면 신한금융에 순이익 1위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올해 순이익을 각각 4조6990억 원, 4조72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순이익 차이는 210억 원에 그친다.
KB금융은 매년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을 벌인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전임인 윤종규 전 회장 시절에는 임기 9년 동안 신한금융과 순이익 1위 경쟁에서 5번 이기고 4번은 졌다.
양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리딩금융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제 KB는 리딩이라는 타이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KB브랜드' 그 자체가 대한민국 금융의 스탠다드로 인식돼야 한다”며 “KB라는 브랜드가 사회, 고객, 직원, 주주 모두의 마음속에 긍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