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양양에서 진행된 ‘강원형 K-연어 비전선포식’에는 김 회장 뿐만 아니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참석했다. 동원그룹이 이 사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연어양식단지는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 일대 11만7천㎡에 조성된다. 동원산업이 2천억 원을 투자해 만드는 민간주도형 사업이다.
2020년부터 공을 들인 사업이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이다보니 여러 난관에 부딪쳤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22년 6월 연어양식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보완사항을 요구했다. 양식 구조물 설치 시 발생할 수 있는 해안사구 침식에 대한 대책과 생태적 보전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2월 원주지방환경청과 협의를 끝냈다. 빠르면 6개월 안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도 전망됐지만 예상보다 착공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 행정절차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절차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내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동원그룹은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정도면 우리나라 첫 양식연어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양식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 첫 출하가 시작된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참치로 동원그룹을 키웠다면 아들인 김남정 회장이 연어로 국내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획보다 착공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원그룹이 2020년 연어양식단지 사업을 추진할 때만 해도 2023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계획보다 2년 이상이 늦어진 것이다.
착공이 늦어지는 동안 국내로 수입되는 연어 물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만큼 소비가 늘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 따르면 국내 연어 수입량은 2019년 3만8천 톤, 2020년 4만3천 톤, 2021년 6만 톤, 2022년 7만6천 톤을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2020년 연어양식단지 사업 추진을 발표하면서 연간 최대 2만 톤의 연어를 출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만 해도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착공이 늦어지는 동안 수입량은 계속 늘었고 이제는 전체 수입량의 25% 정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연어 수입량이 줄어들지 않는한 착공이 늦어질수록 동원그룹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도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강원도 양양에 들어서는 ‘친환경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
노르웨이 연어와 비교해 가격과 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르웨이에서 양식한 연어는 물류비가 붙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동원그룹이 내놓는 연어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연어양식에는 높은 기술력 필요한 만큼 시장에 어떤 가격으로 풀릴지는 출하 시기가 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노르웨이는 1960년대부터 상업용 연어양식에 성공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연어 대부분이 노르웨이에서 양식한 연어다.
우리나라보다 60년 일찍 연어양식에 성공한 만큼 기술력과 노하우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동원그룹이 품질에 대한 경쟁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양식이 시작되면 일본, 중국 등에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어를 전량 수입하던 국가에서 수출하는 국가로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