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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왜 유통 재벌보다 잘 나가냐고? 이사회 초격차 전문성에 답 있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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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왜 유통 재벌보다 잘 나가냐고? 이사회 초격차 전문성에 답 있다
▲ 쿠팡 모회사 쿠팡Inc는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을 실무 중심의 전문가로 구성해놓고 있다. 사진은 쿠팡 이사회 멤버들로 왼쪽부터 앰버린 투바시 에어테이블 최고재무책임자(CFO), 페드로 프란체스키 브렉스 공동창업자, 제이슨 차일드 전 그루폰 CFO.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쿠팡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유통 터줏대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팡의 가파른 성장 배경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계와 전직관료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모셔오는 유통재벌들과 달리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21일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 이사회를 살펴보면 전문가 중심의 이사회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 이사회에 가장 최근 들어온 인물은 2023년 3월 합류한 엠버린 투바시 이사다.

그는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업체 에어테이블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기업금융과 리스크 아비트라지(인수합병의 거래 대상이 될 기업만 찾아서 투자하는 기법) 등 인수합병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이후 엠피리언캐피탈파트너스, 아이보리캐피탈, JMB캐피탈 등 다양한 투자기관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을 맡았다.

윈드코라는 투자회사에서 파트너 겸 CFO로 일했으며 2018년 9월에는 모바일미디어 스타트업 퀴비의 CFO로 합류해 7억5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투바시 이사의 경력을 보면 인수합병부터 시작해 투자 유치 등 다방면에 걸쳐 실무 역량을 쌓은 재무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앰버린 투바시 이사의 이사회 합류를 놓고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두는 기업의 숙련된 금융 리더로서 폭넓은 배경을 바탕으로 대담한 혁신과 투자를 통해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감동의 순간을 만들기 위한 쿠팡의 노력에 중요한 조언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쿠팡 이사회에는 20대의 아주 젊은 인물도 있다. 페드로 프란체스키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2022년 3월 쿠팡Inc 이사회에 들어왔다. 그는 1996년생으로 아직 서른살도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핀테크업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미국 핀테크기업 브렉스(Brex)의 공동창업자다. 브렉스는 2017년 1월 만들어진 회사로 역사가 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2년여 전 투자금 3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로 123억 달러를 인정받아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기업이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브렉스 창업 이전에도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프란체스키 이사는 불과 17세이던 2013년 4월 브라질에서 결제기업 ‘파가.미(Pagar.me)’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빠르게 해주는 것을 내세워 파가.미를 급격하게 키운 뒤 2016년에 브라질의 또다른 핀테크기업인 스톤에 회사를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김 의장이 프란체스키 이사를 영입한 것은 10대와 20대에 이미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키운 경험을 통해 쿠팡의 성장에 조언을 얻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란체스키 이사와 비슷한 시기 쿠팡Inc 이사회에 합류한 제이슨 차일드 이사 역시 스타트업 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는 스타트업 오픈도어와 스마트밴드, 조본 등에서 CFO 맡았으며 앞서 미국 1세대 소셜커머스기업인 그루폰에서도 CFO 맡아 기업공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쿠팡의 설립 초기부터 투자했던 투자기관의 핵심 인물들도 쿠팡Inc의 이사회 구성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쿠팡의 성장을 위해 실질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왜 유통 재벌보다 잘 나가냐고? 이사회 초격차 전문성에 답 있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쿠팡Inc의 이런 이사회 구성은 국내 다른 유통대기업에서 보기 어려운 구조다.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의 사외이사를 보면 대개 교수 중심의 학계 인물이거나 전직 관료가 주축이다.

롯데쇼핑은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심수옥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조상철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새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하는 한재연 BnH세무법인 회장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관료 출신 인사다.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신세계의 다른 사외이사들은 강경원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 곽세붕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김한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전직 관료들이다.

이마트 역시 사외이사 4명 모두 교수이거나 전직 관료다.

이상호 사외이사는 대전지방검찰청장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을 지내 현재 법무법인율우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으며 서진욱 사외이사는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공직을 마친 뒤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조세·세무 고문으로 있다. 신언성 사외아사는 감사원 공직감찰본부 본부장을 지냈으며 김연미 사외이사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다.

현대백화점은 학계 인물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6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영옥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학부장과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며 윤석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쿠팡이 국내 다른 유통대기업과 달리 실무로 단련된 인물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맞이하고 있는 만큼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도드라지는 성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들은 주로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를 통해 애로사항을 해결하려고 하며 교수 출신의 사외이사를 통해 학자의 조언을 얻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쿠팡은 이와 달리 철저히 전문가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실제 필드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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