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재계에서 경영권 승계의 기준이 되는 삼성그룹이 오너의 지분가치 극대화보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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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정치권, 여론, 자본시장이 대기업의 경영승계 방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오너일가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낮다”고 파악했다.
윤 연구원은 “오너의 지분가치 극대화의 논리로 무리수를 쓰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후폭풍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소탐대실한 접근”이라며 삼성물산 합병 사례를 들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주가를 높여 주주 지배력을 극대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윤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수개월간 물질적, 시간적으로 큰 경영상의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했다”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다른 기업이 논란을 일으키며 오너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이런 판단을 토대로 CJ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윤 연구원은 “현재 정치상황과 금융시장을 고려할 때 오너일가가 최저점에 CJ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실적부진을 야기하거나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 사이의 불리한 사업개편을 유도하는 무리수를 쓸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일각에서 이 과장이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는 오르고 이 과장이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 CJ 주가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대기업이 오너의 지분가치를 단순히 극대화하는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사례를 주목했다. 삼성그룹의 사례가 경영권 승계를 대비 중인 다른 재벌기업의 기준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에 불과해 외부주주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지분율도 중요하지만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경영자로 이재용 부회장이 더 나은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것라는 확신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이를 위해 삼성그룹은 과감한 주주친화정책, 삼성전자 실적개선, 주가상승 3박자를 선택하고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구태의연한 오너의 지분가치 극대화 논리보다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선택해 의사결정의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오너일가가 대거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중요한 회사이지만 삼성그룹은 적정 실적과 가치를 넘어서는 인위적인 주가부양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