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그동안 실적을 뒷받침하던 태양광 사업에서도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이사 사장은 태양광 사업을 기존 주력 분야인 모듈 제조뿐 아니라, 태양광발전 설계·시공·조달(EPC)과 대형 공사 수주와 같은 형태로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태양광 모듈 제조사업의 업황 악화를 맞으며 설계·시공·조달(EPC)과 같은 '다운스트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한화솔루션>
26일 증권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사업은 주력시장인 미국의 모듈재고 과잉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시장에는 중국산 모듈이 대거 유입되며 재고가 1년 치 이상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 과잉 상태인 탓에 모듈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를 적용하는 미국의 새 정책은 중장기적으로는 한화솔루션에 호재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모듈 공급 폭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 6월부터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으로부터 수입되는 중국산 부품사용 태양광 모듈에 관세를 적용하는 수출 규제를 시행한다. 따라서 그 이전까지 중국산 모듈 물량이 급격히 가격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1분기에는 회사의 태양광 사업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는 태양광 모듈에 대한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약 900억 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내 중국산 모듈과 경쟁심화로 모듈 평균 판매단가가 크게 하락한 데다 비수기 효과가 겹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모듈 재고부담은 올해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 중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은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어느 정도 실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준 효자사업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반등 기미도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태양광 사업마저 불투명해져 올해는 실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이 사장은 태양광 EPC 사업 확대를 택했다.
태양광 산업은 셀과 모듈 제조의 앞 단계에 있는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의 소재부품 영역과 시공과 유지보수, 태양광 전력생산과 전기 판매 등의 EPC 영역으로 나뉜다.
회사는 태양광 프로젝트의 개발(입지선정, 인허가, 파이낸싱 등의 과정) 뒤 개발자산을 매각하는 사업과 그 뒷 단계의 설계·시공·조달을 통한 EP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한화큐셀의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 전경. <한화큐셀>
태양광 EPC 사업은 기존 모듈제조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큰 데다, 이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한 12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발전 파트너십에는 설계·시공·조달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이 계약은 미국에서 이뤄진 태양광 파트너십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의 모듈 공급 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장은 MS 파트너 계약과 관련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세계 산업계의 친환경에너지 수요에 발맞춰 태양광 제조역량 강화는 물론 대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EPC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모듈사업과 달리 EPC 사업은 지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안식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2023년 실적설명회에서 "개발자산 매각과 EPC 사업의 매출은 올해 연간 2조5천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