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다.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선임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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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정 전 부위원장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다. 20대 선거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으며 최근 IBK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12일에 마감된 거래소 이사장후보 공개모집에 지원했을 때부터 내정설에 휩싸였다. 연임설이 돌던 최경수 현 이사장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거래소 노조는 정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후보선임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대투쟁과 파업결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논평을 내 “거래소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며 “누군가를 정해놓고 선임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면 안 되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IBK기업은행장이나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인사로 손꼽힌다. 현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6월에 물러났다.
권선주 현 기업은행장은 12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연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은행장의 경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년여 동안 겸직해 왔는데 최근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지만 은행을 경영한 경험은 전혀 없어 실제로 은행장에 선임될 경우 ‘관피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선임될 유력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유재훈 예탁결제원사장과 김수봉 보험개발원장도 11월에 임기가 끝나 후임 기관장이 선임돼야 하는데 양쪽 모두 금융관료 출신 인사들이 선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4년에 ‘KB사태’와 서강금융인회 논란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금융권에서 ‘관피아’를 지양하고 민간 금융회사 출신 CEO를 선임하는 경향이 생겼지만 올해 들어 낙하산 인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 고위 임원진으로 들어간 정치권 혹은 관료 출신 인사는 2016년 들어 64명에 이르렀다. 2014년 59명, 2015년 51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공공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도 거세 국회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다른 업종보다 연봉이 많은 편이라 낙하산 인사로 선호되는 경향이 이전부터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집권 말기가 다가오면서 금융권 CEO로 막차를 타려는 인사들이 늘어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