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9일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프로스펙트 리튬 짐바브웨' 사옥에서 한 노동자가 안전 장비를 옮기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 저장 화유코발트(華友鈷業)의 자회사다. 사옥 벽면에도 회사 이름을 한자어로 표기한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과 기업들이 자국 영토 안팎을 가리지 않고 리튬 확보에 투자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광물인 리튬은 이미 공급 과잉 시장이라 채굴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도 중국은 출혈을 마다하지 않고 새 매장지를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보조금을 투입해 리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지만 '세금 낭비'라는 비판적 여론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에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핵심 원재료에 이어 배터리 핵심 재료인 리튬에 있어서도 '중국 천하'가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각)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쓰촨성(四川) 야장현에서 1백만 톤(t) 규모의 리튬이 발견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평균 고도가 3천 미터(m)가 넘는 산악지대인 야장현에서 리튬을 발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리튬 탐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중국 간펑 리튬뿐만 아니라 건설자재 기업인 진위안 그룹과 같은 곳이 중국 국내외에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인 자연자원부(MRN)도 광산 업체들과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리튬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원(CAITEC)의 저우 미 선임연구원은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중국에도 대규모의 리튬이 매장돼 있지만 전기차 수요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선택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재계의 리튬 확보 노력 덕분에 리튬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리튬 매장량 순위로만 보면 세계 10위권이다.
기존에는 호주나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서 리튬을 수입해 중국 내에서 배터리용으로 제련해서 썼다. 중국 비철금속협회(CNIA)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리튬 수입량은 2022년보다 41% 증가한 4백만 톤이었다.
▲ 2020년 11월29일 중국 허베이성 북부 탕산의 한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노동자가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매장량이 아닌 제련 공정 점유율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은 리튬을 전기차 배터리 용도로 제련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리튬 제련시장 점유율은 69%를 웃돈다.
여기에 대규모 매장지까지 발견하면서 중국은 리튬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로까지 떠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리튬 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출혈경쟁을 마다않는 중국이라는 존재는 경쟁국가, 경쟁기업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의 30일자 기사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2023년 한 해 동안 80%가 넘게 폭락했다.
이에 따라 모든 리튬 기업의 채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간펑 리튬, 텐치 리튬과 같은 중국 기업들은 자원 탐사에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국가들도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들 정부들은 자국 내에서 비판적 여론에 부닥쳐 있다.
블룸버그는 29일 논평을 통해 각국이 리튬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혈안이 돼 납세자들의 세금을 낭비한다며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그리고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법(CRMA) 모두 리튬을 포함한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목적으로 대규모의 보조금을 책정한 법안이다.
블룸버그는 세금 투입을 늘리기 보다는 배터리 재활용이나 탄소세 부과와 같은 대안 정책을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중국과 리튬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의 정부들이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서 리튬 탐색과 채굴에 투자를 줄이면 중국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공산당 1당 체제라 정부를 향한 언론의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이 리튬 채굴에 직간접적 지원을 이어갈수록 세계 리튬 시장에서 점유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과거 태양광과 같은 사업에서도 막대한 물량 공세를 앞세워 다른 국가의 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시장을 장악한 바가 있다. 리튬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리튬 공급에 있어서 중국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세금을 낭비하기 보다는 더 효율적인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