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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식량체제 매년 15조 달러 기회비용 날려, '지속가능 식량체제'에 인류 미래 달렸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1-30 14: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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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식량체제 매년 15조 달러 기회비용 날려, '지속가능 식량체제'에 인류 미래 달렸다
▲ 1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한 식료품 상점에서 '우리의 바다를 구합시다(Save Our Oceans)'라는 구호가 붙은 가방을 메고 쇼핑하고 있는 한 시민.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인구 모두가 함께 먹기에 충분한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현재 식량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환경파괴, 온실가스 배출, 영양불균형 등 비효율성을 바로잡는다면 매년 최대 15조 달러(약 2경 원)에 가까운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식량 체제가 소모하는 기회비용을 바로잡는 데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각)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Food System Economics Commission)는 ‘식량 체제의 변화에 관한 경제학’ 보고서를 발간했다.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는 글로벌 식량 체제와 관련된 정책과 현황 등을 연구하는 비영리 학술위원회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식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근미래에 인류는 극심한 영향 불균형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50년에도 매년 6억4천만 명의 인구가 ‘식량안보 문제(food security issue)’, 즉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먹거리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식량안보 문제는 지속되는 반면 영양과잉 문제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영양과잉 인구는 2023년(약 8억8천만 명)보다 70% 늘어 약 15억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당뇨와 성인병 등 각종 연관 질병으로 인류가 지불하는 의료 비용도 2030년까지 현재 6천만 달러(약 789억 원)에서 3조 달러(약 3994조 원)로 다섯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식량체제는 환경 측면에서도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연구진은 현재의 식량체제 때문에 지금도 매년 6백만 헥타르가 넘는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세계 배출량 3분의 1이 넘는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체제를 지속하면 환경비용으로 매년 약 3조 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이를 현재 식량체제의 '숨은 비용'이라고 규정하고, 이 비용을 청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량체제(sustainable food system)'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식량체제 매년 15조 달러 기회비용 날려, '지속가능 식량체제'에 인류 미래 달렸다
▲ 현재 식량체제의 '숨은 비용'을 시각화한 그래프. 진녹색은 온실가스 배출, 연녹색은 용지 변경, 노란색은 질소 오염, 파란색은 영양과잉, 붉은색은 가난으로 인한 '숨은 비용' 규모를 의미한다. 식량체제를 현재 추세 대로 방치한다면 발생할 '숨은 비용'은 영양과잉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
미국 농무부(USDA)에서 내린 정의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식량체제란 전 세계적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세계 시민 모두에게 충분하고 균형 잡힌 영양분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연구진은 '숨은 비용'을 모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체제로 전환하면 매년 최대 15조 달러(약 2경 원) 그러니까 한국 경제 규모의 10배가 넘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보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세계 총생산(GDP)로 환산하면 약 4~8%에 달한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된 의료비 지출과 환경 비용에 더해 기아로 인한 인명피해와 기후변화로 상실되는 토지 등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식량 체제에 변화가 없다면 2050년까지 기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누적 1억7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에서 연구진 대표를 맡은 헤르만 로체-캄펜 박사는 “지속가능한 식량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은 매년 세계 총생산의 0.2~0.4%에 불과하다”며 “식량 체제의 변환이 가져다줄 이익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량 체제는 기후, 자연, 건강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굉장히 강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내놓은 결론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분석과 비슷하다. 당시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량체제의 모순을 해결하고 영양 불균형과 환경 비용을 해결하면 인류는 매년 12조 달러(약 1경5961조 원)가 넘는 경제적 이득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식량체제 매년 15조 달러 기회비용 날려, '지속가능 식량체제'에 인류 미래 달렸다
▲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고 있는 '숨은 비용(hidden cost)' 트랙커.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 위원회>

이번 연구를 주도한 독일 포츠담연구소의 요한 록스트룀 디렉터는 “식량체제가 기후변화에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이번 연구에서 예측한 것보다 많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식량체제를 온실가스 문제에서 자유로운 형태로 변환시켜 자연과 공존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식량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숨은 비용 트랙커'에 따르면 2016년 파리협정 체결 이래 약 120조 달러(약 15경 원)이 숨은 비용으로 지출됐다.

식량 체제에 관한 경제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오트마르 에덴호퍼 포츠담연구소 디렉터는 “정책결정권자들은 미래에 건강과 환경 비용들을 지불하게 만드는 쪽으로 계속 자금을 투입하기보단 서둘러 식량 체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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