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일 임직원에 보낸 자필편지를 통해 “신뢰 회복이란 큰 목표를 갖고 기업문화 혁신과 기업금융 명가 부활, 상생금융 실천 등 어렵지만 해야만 했던 변화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며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 없듯 실적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앞서 7월에도 “상반기 실적 부진의 1차 책임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 있다”는 메시지를 임직원에 보냈다. 우리금융은 당시 상반기 기준 농협금융에 4대 금융 자리를 내줬다.
우리금융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순이익 90%를 넘기는 우리은행 의존도가 지목된다. 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강조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증권사 인수 및 내부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IB(투자은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종합금융에 5천억 규모의 역대급 증자를 실시했다.
다만 해당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 5대 금융지주 올해 실적 전망치. KB와 신한, 하나, 우리는 에프앤가이드, 농협은 김한규 의원실 제출 자료 갈무리.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상증자는 우리종금의 자본완충력과 IB위험인수능력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자본확충이 실제 IB부문 경쟁력과 이익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은 결국 올해 내내 1순위로 짚은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증권사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체율이 다른 업권보다 높게 나타나는 만큼 내년 시장 전망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업계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13.9%로 금융권 합계(2.4%)나 저축은행(5.6%), 여전사(4.4%), 상호금융(4.2%)보다 크게 높았다.
우리금융은 최근 12월 조직개편에서도 인수합병 관련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룹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미래사업추진부문에서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했다. 담당 임원이 교체된 셈인데 전략 부문은 현재 임 회장이 올해 3월 인사에서 발탁한 이정수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올해 전략부문에서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앞으로 지주 및 은행장 경영승계에도 활용된다.
‘관 출신’ 임 회장에 금융지주 수장으로서 2년차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진 한 해였던 만큼 그가 어떤 승부수를 2024년에 던질지 이목이 쏠린다.
임 회장은 2013년 6월 농협금융 수장을 맡아 2014년 6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농협금융은 2013년 12월 우리투자증권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됐고 금융위가 이듬해 6월 승인 결정을 내리며 인수합병이 완료됐다.
NH투자증권은 그 뒤 농협금융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하며 2021년에는 농협금융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주도했다.
우리금융은 그룹 안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금융사를 들여다보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인수합병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금융 강화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자회사 사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규모의 회사 인수가 목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