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가 의료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의료 인공지능 시장이 태동기인 만큼 서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사진)가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
14일 루닛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회사를 둔 인공지능 기반 유방암 진단 회사 볼파라헬스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주식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규모는 볼파라 주식 1주당 1.15호주달러(AUD)로 이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프리미엄 47.4%를 붙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계약 규모는 약 2525억 원이다.
앞으로 볼파라 주주 및 뉴질랜드 정부 승인을 받게 되면 인수작업이 마무리된다.
서 대표로서는 빠른 해외 안착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볼파라는 이미 미국에서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루닛에서도 볼파라의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볼파라는 120여 건의 특허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 적합성(CE) 인증 등을 보유하고 있다.
루닛은 암 진단 관련 영상 판독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스코프’ 등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볼파라의 네트워크를 제품 판매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볼파라가 미국 전역에 있는 의료기관과 계약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비식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루닛 인사이트 등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확실한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볼파라는 미국 유방촬영 시장의 선도기업이다. 2천 곳 이상의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4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으로서는 이런 볼파라 인지도를 활용한다면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일도 수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라 볼파라가 그동안 축적한 1억 장 이상의 유방촬영 영상은 서 대표가 목표로 하는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사업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서 대표는 올해 8월 열린 창립 10주년 간담회에서 플랫폼 사업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인수로 서 대표로서는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닛은 2023년 9월30일 연결 기준으로 자본 규모가 484억7천만 원 수준에 그친다. 이에 비춰보면 자기 자본의 3배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 루닛과 볼파라 관계자들이 13일(현지시간) 저녁 미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루닛 홈페이지> |
더구나 루닛은 올해 8월23일 28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한 차례 자금을 조달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추후 인수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루닛은 유상증자를 추진 할 때 1943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907억 원가량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확보한 자금을 고려한다고 해도 여전히 1600억 원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
루닛은 “볼파라 주식 양수 자금은 인수금융 및 출자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며 “해당 내용이 결정 되는대로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루닛은 설립된 이후 아직까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인 데다 볼파라도 2022년 순손실을 보고 있는 곳이다.
서 대표로서는 인수 이후 매출을 빠르게 키워낼 수 있지만 영업손실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볼파라는 2022년 회계연도 기준(3월 결산)으로 영업손실 1640만 뉴질랜드 달러(약 132억 원)에 이어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영업손실 980만 뉴질랜드 달러를 봤다.
서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볼파라 인수 가격이 2500억 원이 넘는 등의 투자가 요구되지만 이번 인수가 루닛에 가져다 줄 가치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