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을 향해 달리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창원시장 도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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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
안 전 대표는 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개월 동안 민생탐방 결과 도지사의 길을 가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음을 통감하고 그 꿈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도지사 도전은 부드러운 지도력을 지닌 박완수 후보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고향 발전을 위한 꿈을 실현하는 데 경남지사든 창원시장이든 그 자리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창원시장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이 도지사 대신 시장을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 전 대표의 이런 선택에는 홍준표 도지사와의 ‘구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과 연대해 홍 지사의 도지사 후보 결정만은 막겠다는 의지의 선택인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그동안 홍 지사와 박 전 창원시장, 안 전 대표 등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안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도지사를 향해 뛰어왔고, 박 전 시장도 최근 창원시장을 그만두고 도지사 도전을 선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홍 지사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여론조사기관인 베스트사이트의 경남도지사 적합도 조사를 보면, 홍 지사 38.3%, 박 전 시장 18.9%, 안 전 대표 12%,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11.2% 등으로 나타났다.
곧 3파전 양상으로는 홍 지사의 현역 프리미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조서 결과다. 때문에 안 전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자신보다 앞서는 박 전 시장과 연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선택에는 ‘홍 지사는 꼭 안된다’는 안 전 대표의 ‘거부감’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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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도지사 |
홍 지사와 안 전 대표는 ‘정치 앙숙’이었다. 그 계기는 2010년 7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는데, 당시 홍 지사는 안 전 대표가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또 홍 지사는 안 전 대표의 병역 면제를 놓고 “병역기피를 10년 하다가 고령자로 면제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병역기피당’이 된다”고 비난했다.
이 선거에서 안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자리에 올랐고, 홍 지사는 2% 차이로 최고위원이 됐지만, 이때 벌어진 사이는 끝내 봉합되지 못했다. 최고위원 회의 때마다 당 운영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다툼이 벌어졌다. 홍 지사는 다음해인 2011년 선거에서 당 대표가 됐다.
두 사람은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놓고 또 한판 붙었다.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두 사람은 모두 경남도지사 출마로 정치적 재기를 꾀했다. 홍 지사는 창원, 안 전 대표는 마산이 고향이다. 하지만 공천은 홍 지사에게 돌아갔다.
안 전 대표의 창원시장 도전 선회로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홍 지사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홍 지사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상당하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당의 요구를 무시한 데 대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있다.
안 전 대표가 도지사 도전을 포기하고 박 전 시장과 연대한 것도 새누리당 지도부와 경남 국회의원들을 두루 접촉한 뒤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