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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1천억 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다.
물류대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대주주 책임론이 거세게 일자 조 회장이 압박에 못 이겨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마찰을 계속 빚을 경우 한진그룹 경영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특히 물류대란 때문에 한진해운 회생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조 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조양호, 사재출연 카드
한진그룹은 6일 그룹 대책회의를 열어 해외터미널(롱비치 터미널 등)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지원하고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 원을 내놓는 등 모두 1천억 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조 회장의 사재출연은 예상 밖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그동안 사재를 출연하라는 채권단과 금융위원회의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해 왔다.
한진해운이 이미 법원의 관리로 넘어간 상황에서 뒤늦게 사재를 출연한 데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의 물류대란에 대해 조 회장의 책임론이 계속 불거질 경우 한진그룹을 꾸려나가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앞으로 경영권 승계와 검찰고발 위기, 대규모 투자 등 당국과 풀어야 할 과제들을 많이 안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그 뒤 물류대란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조 회장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관계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의 전 부문을 총괄하는 총괄부사장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지난 3월과 4월 각각 대한항공과 진에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부사장은 현재 검찰에 고발될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부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는 이르면 9월 말 이런 내용이 포함된 심사보고서를 심의한다.
정부와 관계가 나빠지면 대한항공이 앞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은 정부와 관계가 매우 중요한 산업 가운데 하나다. 항공사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항공운수배분권을 국토교통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채권은행과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대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최신 대형기종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체 자금만으로 항공기 구입이 쉽지 않다.
◆ 한진해운 회생 가능성 염두에 뒀나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재를 내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청산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해운업의 특성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영업이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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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
그러나 예상보다 물류대란이 심각해 피해가 확산되자 법원이 한진해운을 회생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6일 한진해운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진해운 대책협의회를 마치고 “한진해운이나 조양호 회장이 담보를 제공한다는 전제로 장기저리 자금 1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채권단의 지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채권단은 여전히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원이 요청한다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에서 맡을 역할이 있다면 그런 요청에 대해 깊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해 급한 불부터 끈 다음 청산이 아닌 회생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과 정부, 채권단에서 자금을 지원하면 결국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사재출연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자금지원 외에도 한진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물류처리를 돕고 있다. 한진은 비상팀을 만들어 화물화역과 육상운송에 나섰고 대한항공도 화물기를 최대한 동원하는 등 비상지원시스템을 마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