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그룹이 HMM 본입찰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HMM 본입찰을 앞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HMM이 매력적인 매물이기는 하지만 높은 인수가격과 이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험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LX그룹과 HMM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하림그룹과 동원그룹도 HMM 인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찰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23일 HMM 본입찰을 일주일 앞두고 LX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흘러 나오고 있다.
HMM 실사를 마무리한 LX그룹이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을 굳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LX그룹은 본입찰 전까지는 절차상 인수 관련 내용에 대해서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는 이야기는 추측성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LX인터내셔널을 앞세워 HMM 인수전에 참가한 LX그룹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혔다.
LX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만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채권단의 기대치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LX그룹의 2023년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조5천억 원으로 하림그룹(약 1조6천억 원)이나 동원그룹(약 5천억 원)보다 많다.
산업은행은 자금 동원력을 갖춰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6월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본준 회장은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7조 원에 이르는 HMM의 가격이 합당한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HMM 인수 의사를 직접 밝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달리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 해운 운임이 하락하면서 해운업 불황 가능성이 떠오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HMM 매각예상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운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가 한창일 시기에는 5천을 넘어섰으나 현재는 900~1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HMM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58%, 97%씩 하락했다.
구 회장은 HMM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LX그룹은 최소 2조5천억 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LX인터내셔널의 유상증자, LX인터내셔널 자회사인 LX판토스 상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두 가지 방안은 기존 주주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LX그룹이 HMM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LX그룹은 더 신중하게 HMM의 현재 상태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X그룹 내부적으로는 인수 시너지 측면에서 회의적인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과 물류기업 LX판토스가 HMM와 사업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투자 비용 대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모기업 물류를 대행하는 2자물류 업체인 LX판토스가 HMM에 일감을 맡길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운임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뿐인데 이를 위해 굳이 출혈경쟁을 감수하며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해운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업종인 만큼 향후 해운업황이 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때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복량의 공급 과잉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계속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HMM 본입찰의 유찰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