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여부를 결정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박해식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윤창번 사외이사, 강혜련 사외이사,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안전보안실장 전무, 배진철 사외이사. <각 소속기관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운명을 결정할 이사회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화물사업부 매각 안건이 논의될 예정으로 이사회 표결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부터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향방이 결정될 중요한 순간이다.
앞서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EU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유럽과 한국 간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경쟁제한(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슬롯 반납과 화물 사업 매각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27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다루는 이사회에 참여할 이사들의 표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총 6인으로 이사회 의장은 박해식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이사 부사장, 진광호 안전보안실장 전무 등 사내이사 2인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윤창번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으로 이뤄져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을 위해선 6인 가운데 찬성 4표 이상이 나와야하는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려면 화물사업을 매각해야한다는 의견과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화물사업까지 매각하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박해식 사외이사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금융연구원에 이사회와 관련한 문의를 남겼으나 박 이사 측은 “민감한 사안이라 이사회 관련 내용에는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창번 사외이사는 현재 해외출장 중으로 다음 주 목요일 귀국일정이 잡혀있다. 월요일 열리는 이사회 참석은 어려워 보이지만 표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대법원 판례는 이사회 결의에 대리투표를 인정하지 않지만 화상화면을 통한 원격참석은 인정하고 있다.
강혜련 사외이사 측에는 이메일을 통해 질의를 남겼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외이사들은 금융, 기업결합, ESG 분야 등 전문가들로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업무에 방점이 찍힌 인사들로 구성됐다. 찬성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이사회 멤버들이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의할 것을 바라는 눈치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24일 국정감사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한다면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더 투입될지 알 수 없는 상항이다”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19가 퍼지는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배임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강석훈 회장은 "배임에 관한 것은 여러 다양한 보조 조항들을 넣어 배임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안전장치가 있더라도 미래에 정권이 뒤바뀐다면 인수합병 과정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고 본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내부직원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가 않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화물사업부 매각의 궁극적인 목적인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지난달 26일 대한항공과 기업결합 반대 성명서를 냈고 아시아나항공 전임 사장단들도 합병 반대 집단성명서를 이사회에 보냈다.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찬반양쪽에서 거센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형국으로 어느 쪽을 선택하던지 반대여론에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현재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여부를 두고 기로에 서있다. |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의가 곧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승인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경쟁당국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는 한국~유럽연합 여객노선 가운데 4개의 운수권 이관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외에도 미국과 일본에서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다. 미국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한국~미국 간 여객노선 및 항공화물 사업 독과점을 해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 2곳과 화물전용 항공사 1곳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