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펄어비스가 2024년 내놓을 액션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에 관심이 뜨겁다.
붉은사막의 완성도에 따라 향후 펄어비스의 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이란 예상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오늘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 제작에 사용된 게임엔진 '블랙스페이스엔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특히 왜 다른 기업들은 하지 않는 자체 게임엔진 전략을 고집하는 지에 대해 알아본다.
펄어비스는 액션어드벤처 게임을 만든다. 66조 원 글로벌 콘솔게임 시장에서 슈팅게임과 함께 가장 인기있는 양대 장르다.
펄어비스가 세상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안에 들어와있다는 뜻이다.
이 시장에서 통하는 소위 'AAA급' 액션어드벤쳐 게임을 만들려면 3년의 개발기간과 1천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든다고 한다.
한 번의 실패가 가져올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개발사들은 긴 개발기간과 엄청난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체 게임엔진을 활용한다.
게임엔진은 게임개발에 필요한 기능들을 사전에 자동화해놓은 프로그램이다. 그래픽, 물리효과, 음향, 사용자인터페이스를 짧은 시간 안에 게임 안에 구현할 수 있다.
CDPR은 레드엔진, 유비소프트는 엔빌엔진, 베데스다는 크리에이션엔진, 테이크투게임즈는 레이지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고사양 초고용량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개발기간과 비용을 해결했다. 또 AAA급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펄어비스가 자체엔진 개발에 역량을 쏟아부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션어드벤처 게임 다작시스템의 핵심이 게임엔진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펄어비스를 만든 첫 작품 '검은사막'은 개발기간이 약 4년이었는데 이 가운데 2년을 게임엔진 개발에 할애했을 정도다.
차기작 붉은사막을 개발할 때에도 새로운 게임엔진 개발을 앞세웠다고 알려졌다.
2021년 부산에서 열린 게임쇼 지스타에서 펄어비스는 새 게임엔진인 블랙스페이스엔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 엔진에서 펄어비스의 자랑인 사실적인 물리 및 광원효과가 더욱 강화됐고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버그 문제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층 진보한 게임엔진에 힘입어 펄어비스의 신작 출시 사이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이후 블랙스페이스엔진을 이용해 도깨비, PLAN8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펄어비스는 2024년 붉은사막을 출시하고 나면 이후 후속작들을 더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기존에 만들어둔 게임엔진을 이용해 새 게임을 만들 수는 없었던 걸까?
펄어비스의 첫 게임엔진 '검은사막엔진'이 꽤 우수한 성능을 보였는데도 말이다.
검은사막엔진은 펄어비스가 검은사막만의 개성있는 환경과 캐릭터스타일, 액션경험을 잘 구현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 가운데 검은사막의 액션경험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검은사막엔진이 PC게임 개발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펄어비스가 이후 콘솔과 모바일로 검은사막을 이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 예상하지 못한 버그가 속출하면서 차기작들의 개발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펄어비스가 글로벌 게임명가들 수준의 다작 시스템을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서라도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펄어비스의 기업가치는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작품에 좌우되고 있다.
검은사막 이용자 수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블랙스페이스엔진으로 새로 단장한 펄어비스가 세계 액션어드벤쳐 게임 명가들 처럼 AAA급 액션어드벤쳐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펄어비스의 기업가치도 종전과는 다르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