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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해소에도 워터리스크 진행형, 수자원공사 '디지털트윈' 물 관리력 높인다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09-15 11: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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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해소에도 워터리스크 진행형, 수자원공사 '디지털트윈' 물 관리력 높인다
▲ 주암댐(주암본댐+주암조절지댐)은 올해 5월8일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316일 동안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저수율 29.1%를 기록한 3월15일(사진 왼쪽)에는 수면이 평소보다 수십미터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8월30일(사진 오른쪽)에는 원래의 수위를 회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자원공사>
[비즈니스포스트] 온종일 보슬비가 내리던 8월30일 전남 순천시 상사면 주암조절지댐은 한눈에 보기에도 물이 그득했다.

뒤이어 20km가량 떨어진 순천시 주암면 주암본댐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댐의 3분의 2 이상이 물로 차 있었다.

본댐(4억5700만 톤)과 조절지댐(2억5천만 톤)의 총 저수량을 모두 합치면 7억700만 톤. 올림픽 규격 수영장 하나에 2500톤의 물이 들어가니 주암댐의 물로 수영장 28만2800개를 채울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가 방문한 8월30일, 본댐과 조절지댐이 하나의 물그릇으로 운영되는 주암댐(본댐+조절지댐)의 저수량은 76.2%를 기록하고 있었다. 

역대 최저 저수율(20.3%)을 기록했던 4월4일에 비하면 3.75배에 달했다. 역대급으로 긴 기간 가뭄을 겪었던 주암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마 기간 내내 최고 강수량을 갈아치우며 많은 비가 내린 탓이었다. 

다목적댐으로 광주·전남 지역 최대 상수원인 주암댐은 지난해 6월27일부터 올해 5월8일까지, 무려 316일 동안 가뭄을 겪었다. 1992년 준공 뒤 역대 최장기간 가뭄일수였다. 1년이 열흘이라면 하루반 남짓 동안만 비가 왔던 것이다.

“주암댐이 올해 봄처럼 수위가 낮아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주암댐을 방문해 만난 이중호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운영부 차장은 1992년 주암댐 준공 뒤 이렇게 마른 댐을 본적이 없었다는 지역주민들의 말도 함께 전했다.

1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도 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으로 나뉜 가뭄 단계(다목적댐 기준)에 진입한 댐은 ‘댐 용수공급 조정 기준’에 따라 단계별로 공급용수를 감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공장 정기보수 일정을 올해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옮겼다. 일부 업체는 냉각수 배출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역대급 가뭄은 역대급 폭우로 해소됐다. 

6월25일부터 7월25일 한 달 동안 이 지역에는 9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지난해 한 해 영산강·섬진강 권역에 내린 눈과 비를 모두 합친 정도(950mm)의 강수량이 한 달 동안 집중됐다.

물은 너무 많아도, 너무 부족해도 산업에 문제를 일으킨다. 가뭄에는 공업 용수 부족을, 폭우 땐 설비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기후변화로 커지는 워터리스크(Water risk)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중심의 물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가뭄 해소에도 워터리스크 진행형, 수자원공사 '디지털트윈' 물 관리력 높인다
▲ 주암본댐의 3월20일(저수율 17.8%, 왼쪽)과 8월30일(저수율 79.5%) 모습. 오른편의 구조물을 기준으로 3월15일에는 물이 밑둥에만 차있는 반면 8월30일에는 2/3 높이까지 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자원공사>
◆ 전남·광주 물 공급원 주암댐의 쉽지 않은 가뭄 관리, “장기적 대응이 중요”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에 위치한 주암댐은 광주 등 11개 지방자치단체에 생활 및 농업·공업용수를 하루 130만 톤 규모로 공급한다. 특히 주암댐은 하루 67만 톤을 사용하는 여수산단의 주요 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주암댐을 포함해 전국 다목적댐 20개를 관리·운영하는 수자원공사는 홍수와 가뭄에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 차장은 “(댐 운영에서) 보통 홍수는 단기적 대응이 필요하고 가뭄은 장기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일정 수준의 물을 비축해 둔 상태에서 나머지 물을 흘려보내면 즉 방류하면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아 새로운 물이 축적되지 않은 것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가뭄 대비에는 현재 상황과 미래 예측 정보 등이 다양하게 고려돼야 한다. 장기적 대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우선 가뭄 단계 기준부터가 1년 365일 하루하루 다르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봄(3~5월)에 가뭄 기준 저수량이 낮은 반면 장마와 태풍 등이 집중된 여름~초가을(홍수기, 6~9월)에는 이 기준이 높아진다.

홍수기간이나 비가 많이 올 때 비축하는 저수량도 전후 상황에 따라 다르게 관리돼야 한다.

홍수 초반에는 이전에 땅이 말라 있어 비가 땅으로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실제 댐으로 들어가는 물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홍수기 중후반에는 땅이 젖어 댐으로 유입되는 양이 많아진다고 이 차장은 설명했다.

정확한 기상예측을 통해 적당한 물을 확보해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

홍수기 중후반에 비가 더 올 것으로 예상하고 댐을 충분히 비워뒀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다음 해까지 가뭄이 들어버릴 수 있다. 

이 차장은 “홍수기가 어느 정도 와 있느냐, 방류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느냐 등등 복합적 요인들을 검토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뭄 해소에도 워터리스크 진행형, 수자원공사 '디지털트윈' 물 관리력 높인다
▲ 이중호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운영부 차장(사진)은 가뭄에는 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기후위기 적응 위해 과학적 물 관리로, 디지털트윈 기반 ‘디지털가람플러스’ 확대한다

이처럼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댐 운영에는 현재 상황과 미래 기상 예측이 모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물관리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차장은 “특히 가뭄 같은 경우 용수 비축량, 절수량 등 세세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디지털트윈 등 과학적 물 관리를 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트윈은 가상모형에 실제 기상 현상이나 사물을 쌍둥이(트윈)처럼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예측·최적화 등 모의실험을 통해 현실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댐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중심의 물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섬진강 유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디지털트윈 기반의 물관리 플랫폼인 ‘디지털가람플러스(Digital GARAM+)’가 그 예다. 

수자원공사의 디지털가람플러스는 댐과 하천의 실시간 기상, 수문 데이터 등을 연계, 분석해 가상과 현실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종합적 댐 운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디지털가람플러스는 댐-하천 모니터링을 포함해 홍수 및 가뭄, 물순환, 수질, 댐 안전관리 등 6개 분야에 걸친 정보를 준다.

수자원공사는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다른 5대 강에도 디지털가람플러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장 가뭄, 올해 장마 기간 최고 강우 등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데이터들이 디지털가람플러스에 적용되면 물 관리 능력은 점점 고도화될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차장은 “이미 기후변화는 시작됐다"며 "올해와 같은 극한의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구적으로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고 거기에 맞춰 개선돼 가뭄 등을 예방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뭄 해소에도 워터리스크 진행형, 수자원공사 '디지털트윈' 물 관리력 높인다
▲ 섬진강 유역에 한국수자원공사의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한 모습. 현재 수위, 유입량, 방류량, 강우 현황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유튜브 갈무리>


수자원공사의 디지털트윈은 해외에서도 기술력 면에서 주목 받고 있다.

한 예가 우크라이나 복구 참여 사례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9월12일 수자원공사 본사로 찾아와 디지털트윈 등 혁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물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카호우카댐 복구에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수자원공사는 9월13일부터 14일까지 민관 합동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대표단’으로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6월 파괴된 카호우카댐 복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에서 댐 복구를 돕는 수자원공사와 최신 기술을 접목한 물 관리 체계는 적어도 한국의 산업단지들만큼은 높아지는 워터리스크에 성공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순천=장상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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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암
최근의 주암댐 물관리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가뭄에 잘 대비하고 있다..
지난번 장마때 78%대의 저수율을 홍수대비차원에서 무작정 58%대까지 방류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저수량을 잘 유지하고 있어 칭찬할 만 하다!
아무쪼록 향후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과거의 매뉴얼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적인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대한 상식적이고 효율적으로 물관리를 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2023-09-15 20:5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