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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중국 경제기적 종말론, 사실인가 이념 공세인가

정의길  egil@hani.co.kr 2023-09-05 10: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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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중국 경제기적 종말론, 사실인가 이념 공세인가
▲ 시진핑 중국 주석이 글로벌 서비스 무역 정상회의를 맞아 화상연설을 하는 모습이 2023년 9월2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미디어센터에 전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중국의 40년 붐은 끝났다’, ‘중국은 정점을 지났나?’

중국과 그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미-중 대결에서도 중국의 약세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걱정하는데, 중국은 하반기 이후 디플레이션 조짐에다가 부동산 버블도 폭발해 부동산이 붕괴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이런 침체와 위기는 지난 40년간 지속된 중국의 고도 성장이 끝나고 그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는데,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은 지난해까지 2년간 극도의 코로나19 봉쇄책 이후 경제 활성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소비 등에서 침체가 지속되고, 부동산은 붕괴가 우려되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8월31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가 수축 국면임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의 한 주축인 수출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해,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5%가 줄었다.

경기침체를 넘어 디플레이션 조짐도 거론된다.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중국에서 소비자 물가 하락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생산자 물가는 이미 1월에 –0.8%로 돌아서 6월에는 –5.4%까지 떨어졌다.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이 소비를 미뤄 경기가 더 악화되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가구의 저축은 12조 위안(약 1조7천억 달러) 늘어, 10년 만에 최대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안하고 돈을 챙겨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봉쇄, 서방의 대중국 경제제재, 부동산 시장 경색, 지방정부의 부채 등이 지목된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2년 이상 지속한 코로나19 봉쇄로 소비자 소득이 준 데다 수요 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을 든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서방 국가들은 주민들에게 현금 등을 지원했지만 중국은 극단적인 봉쇄로 일관해, 주민들의 소득이 절대적으로 줄었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은 봉쇄 조처 해제 이후에도 주민들로 하여금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더 매달리게 했다.

경제봉쇄로 소득이 실제로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가구의 자산 효과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과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2021년 가을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가 지급불능(디폴트) 위기에 빠지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버블이 터졌다. 최근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다시 집단적으로 채권 이자 상환을 정시에 못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감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경제가 이런 침체와 위기에 빠진 배경을 둘러싸고, 중국 경제의 성숙으로 고도성장이 끝났지만 이를 대체할 경제성장 모델이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1978년 개방 이후 밖으로는 국가 주도 수출과 안으로는 대형 인프라 및 부동산 개발로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점차 수출은 중국에서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경쟁력이 줄었고, 인프라 및 부동산 개발은 버블 부작용과 막대한 부채를 지방 정부 및 기업에 쌓이게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20년 5월 ‘쌍순환’ 전략을 표방해, 내수를 부양해 경제를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내수 주도 경제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기존 경제모델은 한계에 봉착한 양상이다.

16~24세의 청년 실업률은 6월에 21%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질 실업률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실업률은 중국 경제의 위기와 미래의 상징으로 자주 거론된다.

최근 수출 부진과 부동산 위기가 그 징후이며, 중국 경제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나 회복력을 보이기 힘들고, 미-중 대결에서도 승패는 결정나고 있다고 서방의 분석가들은 앞다퉈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전략 전문가인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의장이 지난 8월1일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이다. 중국 경제 위기 상황과 맞물려 이 기고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논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은 시진핑 등 지도부의 억압적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인 장기 코로나’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시작된 경제에 대한 자의적인 정부의 간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심해져, 민간 분야의 신뢰가 위축돼 소비 등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탄압하는 등 공산당 정권을 위협할 시장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 혁신이 억압돼, 새로운 경제 동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수 경제로의 전환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 바라봤다. 포즌 의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중국의 이런 위기를 활용해 우위에 서야 할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다.

일본 언론 ‘겐다이비즈니스’도 중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며 “우리나라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엄혹한 시기에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침체는 위기임이 분명하나, 서방이 중국 때리기의 일환으로 지나치게 과장하는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위기론을 증폭시킨 포즌의 기고가 대표적이다. 미-중 대결 관점에 입각해, 중국 경제의 현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석한 인상이 남는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값을 제외한 소비자 근원물가는 7월에 전년 대비로 0.8% 상승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했으나, 중국 국가통계국은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합친 중국의 8월 종합 PMI가 51.3을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계국은 "종합 PMI가 7월보다 0.2포인트 오른 51.3으로 50 이상인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생산경영활동이 총체적으로는 안정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위기 요인인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의 디폴트 위기도 지난 2008년 세계경제를 붕괴시킨 금융위기를 야기한 미국의 부동산 위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불린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는 미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이 제대로 예측도 못했고, 그 결과는 세계경제의 붕괴 상태로까지 퍼져갔다. 반면, 현재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사실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이제는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으로 시작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20년 8월 부동산 기업에 대한 감시강화책인 ‘3개의 레드라인’을 발표해, 부동산 버블 잡기에 나섰다. 그 결과가 1년 뒤 헝다의 디폴트 위기 사태이고, 다시 2년 뒤 현재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사태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이 사태를 일으켰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이를테면 정부의 관리 아래 있는 셈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국 부동산 위기를 야기한 부채는 외채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나 그리스와는 달리 모두 국내의 빛이라는 점을 들며 중국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채무자 구제 및 채권자의 채권 축소 등을 통해 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6개월 동안 미국 S&P 은행지수는 무려 66%가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부동산 위기라는 일종의 금융위기를 겪는데도, 중국 은행들의 주가는 선방하고 있다. FTSE의 중국 A-주식 은행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2.4%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중국 은행들은 미국 은행들에 비해 12.6%나 좋은 실적을 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들이 건재하고, 미국 은행들보다도 두자리 수의 좋은 실적을 보이는 개도국 시장 금융위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냐”라며 “전례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중국에게 가장 민감한 원자재인 철광석 값에 주목하면서 지난 2022년 10월의 바닥에서 50%나 상승했다고 전했다. 철광석 값은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는 상황에서도 몇주 동안 꾸준히 올라왔다.

중국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에르메스, 페라리 등 사치품 회사 주가도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마카오 관광객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중국 본토의 국내 관광도 회복세이고, 자동차 판매는 6~7월 감소에도 올해 전반적으로는 상승세이다.

중국의 성장이 예전같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 중국 경제가 현재 기대와는 달리 침체이고 위기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통제불능으로 빠져들고, 미-중 대결의 승패는 결정났다고 말하는 것을 성급한 데다 이데올로기적이다.

경제 현실을 반중정서에 입각해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한국이나 미국 등 전 세계가 고통과 피해를 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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