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이 향후 5년 동안 3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의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이 커진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진은 전기 배터리와 내연기관 모터가 모두 탑재된 현대차 하이브리드 차량. <현대차>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EV)가 높은 가격과 충전설비 부족 등 약점을 안고 있어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GM 등 경쟁사와 달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개발해 온 현대기아차의 ‘투트랙’ 전략이 점차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S&P글로벌모빌리티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서 2028년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24%가 하이브리드 차량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약 37%, 내연기관차는 39%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3년 기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약 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5년 동안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안으로 소비자들에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5월부터 6월까지 미국 성인 1만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5월 조사보다 약 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에 세금공제 및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며 적극적으로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의 비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로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충전설비 부족 등이 꼽힌다.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없는 소비자도 내연기관차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환경 당국이 차량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등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장착해 활용하므로 충전과 배출가스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미국 투자회사 잉걸스&스나이더의 수석 전략가 팀 그리스키는 오토모티브뉴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의 훌륭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위치한 생산설비에서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한다. 사진은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인 'GV70'을 미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만드는 모습. <현대차 미국법인> |
미국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전기차 생산 비율을 늘리면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에 꾸준히 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60여 종의 하이브리드 차량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모두 7종을 선보였다는 데 주목했다. 경쟁사인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각각 6종과 3종을 출시했다.
특히 미국 최대 자동차기업인 GM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계속 선보이겠지만 2030년까지 전기차 출시 확대를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며 사실상 이를 주력으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를 포함하는 이른바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가 하이브리드차 대신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하며 현대차와 기아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 차량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시장 성장에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 시장 진출에 늦은 일본 토요타가 올해만 미국에서 18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친환경차 경쟁력 부진을 만회하려 한다는 점은 현대차와 기아에 녹록지 않은 경쟁 환경을 예고하고 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전기차에 밀려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은 갈수록 빗나가고 있다"며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