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소형모듈원전(SMR)은 사실 땅보다 바다가 어울린다. 그 시작부터가 러시아와 미국이 핵항모, 핵잠수함, 핵추진쇄빙선 등을 운용한 데서 왔기 때문이다.
원전을 해상에 띄우면 냉각수를 무한정 공급받아 안정성이 높아지며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고 자재와 인력이 건설현장까지 갈 필요가 없어진다.
현지 지형에 맞춰 설계를 바꿔야할 필요도 적다. 규격대로 만들어진 완제품을 고객이 필요로 곳으로 띄워보내면 그만이다.
원전을 지상에 짓기위해 대당 1.5조~2조 원의 건설비용과 추가적인 운영비용이 들며 고급인력들이 늘 상주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따르는 것과 비교된다.
이렇듯 해상부유식 SMR은 장점이 많다. 바다를 낀 신흥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동남아시아의 신흥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원전 도입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인력, 자본, 기술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원전 플레이어'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 주인공은 한국과 한국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자로 관련 자재 부품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부터가 그리 많지 않다. 한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캐나다, 미국 정도가 해당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 해양플랜트, 특히 부유식 에너지설비를 만들수 있는 나라를 꼽아보면 한국 말고는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
한국의 조선업계 역시 이 분야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조선3사는 SMR을 준비하는 여러 연구주체들과 파트너를 맺고 SMR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삼성중공업은 덴마크의 원전 스타트업 시보그과 손잡고 소형 용융염 원자로(CMSR)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시보그의 CMSR가 미국ABS 선급의 인증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삼성중공업이 CSMR을 싣고 다닐 수 있는 부유설비 CMSR파워바지의 개념설계를 마쳐 미국ABS 선급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이 부유설비에 100메가와트급 CMSR을 2기에서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해외언론(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이끄는 테라파워와 함께 해양부유식 SMR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테라파워는 2025년부터 미국 와이오밍에 SFR을 지어 2028년부터 시범가동할 계획인데 향후 이를 바다에 띄울 기업이 HD한국조선해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에 3천만 달러(약 4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를 통해 해상원전과 원전추진선박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오션은 미국 토르콘과 인도네시아에서 SM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토르콘은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를 준비하는 회사다. 한화오션과 토르콘,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2년 가동을 목표로 TMSR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진과 해일이 잦아 지상원전을 짓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15미터 이상의 해일도 견딜 수 있으면서 유사시에는 핵분열을 멈춰 멜트다운이 발생하지 않는 토륨원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이 원전설비를 띄울 부유체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TMSR파워바지의 상용화 목표는 2027년으로 알려졌다.
신흥국들의 에너지 문제의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SMR. 그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우리 조선업계에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