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4월25일 스페인 마드리드 카사아메리카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 1년도 안 돼 아마존 삼림 보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아마존 삼림 보호 등 환경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각)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올해 7월 아마존 삼림 벌채 규모가 지난해 7월보다 적어도 60% 이상 감소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시우바 장관은 “공식 수치는 며칠 내에 발표된다”며 “이번 삼림벌채 규모의 감소폭은 2005년 이후 최고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에선 국립우주연구소(INPE)가 인공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산림벌채 감지시스템(Deter)’을 운용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삼림벌채 규모를 공개한다.
7월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아마존 삼림벌채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 누적 면적 기준 2649㎢(제곱킬로미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감소했다.
올해 들어 브라질에서 아마존 삼림벌채가 크게 줄어든 데는 정권 교체 영향이 크다. 벌채를 통해 아마존 삼림 일대를 개발하는 문제는 브라질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현안이기 때문이다.
▲ 콩밭으로 개간이 진행된 아마존 삼림의 모습. <연합뉴스> |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해 올해 1월1일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낼 때도 아마존 삼림 보호에 힘써왔고 지난해 대선 때도 아마존 삼림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룰라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식 연설에서도 “아마존 삼림 벌채 없이도 농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농업과 광업을 향한 역동적이고 생태적 전환으로 탄소배출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삼림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아마존 삼림은 세계 열대우림지 가운데 절반 이상 차지하면서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공급해 ‘세계의 허파’로 불린다.
온실가스 흡수 등 기후위기 대응 관련해서도 아마존 삼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브라질의 삼림정책은 다른 나라와 외교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를 내세우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도입을 통해 통상장벽을 높이고 있는 유럽연합과 관계에서 브라질의 아마존 삼림 정책은 중요한 현안이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6월 브라질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럽연합은 다변화를 통해 통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남미와 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해 왔으며 남미지역 국가들 역시 경제 성장을 위해 유럽과 경제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메르코수르(MERCOSUR)는 2019년 6월에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까지 마무리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지역 국가들 사이 경제협력체로 올해 하반기 의장국은 브라질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당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마존 삼림 파괴, 아마존 기금의 용도 외 사용 선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유럽연합과 메르코수르 사이 자유무역협정은 비준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아마존 기금은 룰라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인 2008년에 아마존 삼림 보호를 위해 노르웨이, 독일 등의 기부를 통해 마련된 기금이다.
2021년 2월 이그나시오 이바녜스 당시 브라질 주재 EU대사는 “아마존 삼림 파괴가 줄어들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유럽연합 회원국 의회의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의 취임 이후 브라질을 향한 국제 사회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 지지부진하게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인 유럽연합과 메르코수르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2022년 11월1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브라질이 다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등 환경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룰라 당선인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
룰라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해 “브라질이 돌아왔다(Brazil is back)”며 “아마존을 보호해야 세계의 기후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의 환경정책 대전환을 예고하는 룰라 대통령의 연설에 국제사회는 큰 호응을 보냈다. 영국 언론 BBC는 당시 회의장 분위기를 “룰라 당선인이 이번 당사국총회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임기 시작 직후 노르웨이가 아마존 기금에 기부 국가의 추가 유치를 약속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기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브라질을 향한 유럽연합 국가들의 태도에도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올해 6월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논의하기 위해 브라질을 방문해 룰라 대통령을 만나 유럽연합의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유럽이 브라질로, 라틴 아메리카로 돌아왔다”며 “가능한 빨리, 늦어도 2023년 연말까지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끝내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환경 요건에서 브라질의 의무를 확대하고 미준수 때 제재한다는 유럽연합의 요구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전략적 파트너 사이 전제해야 하는 것은 상호 신뢰이지 불신과 제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