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의 플래그십 아메리칸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대표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콤팩트 SUV 시장에서 최고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행사에서 이렇게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초 출시된 뒤 3년여 만에 처음 나온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생산공장이 위치한 한국에서 19일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국산차 수출 1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인기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덩치가 더 큰 쉐보레의 막내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그늘에 가러져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에서 1만310대가 판매돼 트레일블레이저(4267대)의 2배가 훌쩍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더욱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올해 4월 국내에 출시돼 판매를 시작한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절치부심' 얼굴을 바꾸고 새로 등장한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까?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를 직접 타봤다.
◆ 미래적으로 다듬은 외관에 세련되게 확 바뀐 실내
2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신형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최상위 모델 가운데 하나인 RS트림(3099만 원)에 전동식 트렁크와 보스(Bose) 프리미엄 7 스피커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패키지, 버튼을 눌러 전륜구동(FWD)과 4륜구동(AWD) 모드를 오갈 수 있는 스위처블 AWD 패키지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3439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시승차량의 전면부 상단 양쪽의 LED 주간주행등은 기존 모델보다 얇아져 공격적이면서도 미래적 느낌을 준다. 또 새 모델에는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기본 적용됐다.
그 아래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크롬 그릴바는 기존보다 두툼해져 더 강건한 인상을 풍긴다.
후면부에도 새로운 LED 그래픽이 들어간 테일램프를 달았다.
특히 RS트림 전후면에 적용된 쉐보레 보타이(나비넥타이) 엠블럼은 황금색이 아닌 검정색을 입고 있다. 또 루프(차지붕)에는 모던 블랙이 RS 특화 색상으로 적용됐다.
시승차량의 실내에는 완전변경 모델급의 변화를 줬는데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이 사라지고 첨단의 세련된 멋이 그 자리를 채웠다.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운전석과 중앙에는 8인치 컬러 클러스터(계기판)와 기존보다 크기를 키운 11인치 센터 컬러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는데 화면은 모두 운전자 쪽을 향해 배치됐다. 중앙 송풍구와 비상등 버튼은 중앙 터치스크린 하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승차량의 재원은 전장 4425mm, 전폭 1810mm, 휠베이스 2640mm로 모두 엔트리(진입)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조금씩 짧고 좁다. 다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정통 미국 SUV를 지향하는 만큼 전고는 110mm나 더 높다.
시승차량 실내에 앉았을 때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머리 위 공간이 넓고 루프에 파노라마 선루프가 자리잡고 있어 오히려 개방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 도심형 SUV 넘어서는 '전천후 매력', 국내 소형 SUV에 새로운 선택지
시승은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한국GM 여주 오프로드 시승장을 드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5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차량 운전대를 잡고 일반도로를 주행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같은 브랜드의 소형 SUV임에도 주행감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ACTIV) 주행. < 한국GM > |
새 트레일블레이저는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보였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달리 액셀을 밟을 때 가속하기 까지 터보엔진 특유의 약간의 시간차와 함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런만큼 차를 모는 동안 드는 안정감도 컸다. 또 시승차량을 고속도로에 올리고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가속을 할 때는 의도하는 만큼 충분한 힘을 보여줬다.
시승차량의 공차중량은 1470kg으로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130kg 이상 무겁지만 현대자동차 코나 4륜구동 모델보다는 20kg가량 가볍다.
시승차량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1.35리터 가솔린 E-터보 엔진에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최고출력은 156마력(ps), 최대토크 24.1kg.m의 성능을 낸다. 현대차 코나와 기아 셀토스의 최고 출력은 195마력, 최대토크는 27kg.m다.
시승차량의 진가는 기점의 낮은 산길에 조성된 2개의 오프로드 코스에서 제대로 나타났다.
한국GM은 3개월가량의 공사를 거쳐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차폭에 맞춘 전용 오프로드 코스를 마련했다고 한다.
시승차량은 기어노브 앞에 위치한 AWD 버튼을 누르자 거친 산길을 불안감 없이 손쉽게 해쳐나갔다. 연일 내린 비로 오르막과 내리막길 곳곳에 진흙길이 많았지만 시승차량은 단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코스 주행을 마쳤다.
한국GM은 시승차량을 도심형 SUV로 소개했지만 갑작스런 소나기나 폭설이 잦아지는 환경에서도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강한 믿음을 줘도 될 법한 선택지로 느껴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앞이 안보일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때도 시승차량은 브레이크를 밟는 만큼 바로 제동하며 안정적 주행을 선보였다.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 오프로드 주행. < 한국GM > |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승차량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정차 및 출발도 알아서 하지만 중앙차로유지기능은 탑재하지 않아 편의성이 크게 떨어졌다.
3천만 원을 넘어서는 차량 가격을 고려하면 내비게이션이 없어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디스플레이에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점도 단점이다.
그럼에도 국내 소형 SUV 가운데 4륜구동을 탑재한 차량이 매우 드문 만큼 날씨와 노면환경을 신경쓰지 않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에게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듯 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의 디자인에 지나친 익숙함을 느끼는 고객들에게도 모습을 바꾼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출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 같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트림별로 △LT 2699만 원 △프리미어 2799만 원 △액티브 3099만 원 △RS 3099만 원이다.
2시간30분가량 진행한 왕복 약 150km 시승코스에서 시승차량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12.1km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6km다. 허원석 기자
▲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후측면.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