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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한정승인이냐 상속포기냐, '마당이 있는 집' 추상은 선택은

고윤기  info@kohwoo.com 2023-07-11 10: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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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한정승인이냐 상속포기냐, '마당이 있는 집' 추상은 선택은
▲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임산부인 주인공 추상은(임지연 분)은 남편이 죽은 뒤 장례식장에서 2억 원이 넘는 빚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추상은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 KT스튜디오지니 >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불우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여자와 평온한 일상에서 의심을 시작한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보자.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이 죽었다. 임신하고 있던 추상은(임지연 분)은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시동생에게 죽은 남편에게 2억 원이 넘는 빚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태아와 보험금의 문제도 있으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본 칼럼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자신의 집 전세금이 2억 원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 큰 돈을 대출받았느냐며 의아해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채무자가 사망한 경우, 그의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채권자들이 의외로 많다. 생전에 고인과 친분으로 채권·채무 관계가 생겼다면 더욱 그렇다. 조문을 가장해서 아니 조문하러 가는 김에 여러 가지를 확인한다.

채권자 중에는 장례식장의 분위기, 화환의 개수, 드나드는 사람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고인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녹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유족들이 고인의 채무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채권자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간 개인회생·파산 제도, 워크아웃 제도가 확대되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서 채무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채권자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약화했다. 그래서 채권자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이 커졌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 보자. 사망한 남편에게 다른 상속인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배우자인 추상은이 유일한 상속인이다. 배우자는 일단 2억 원이라는 모르던 빚을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극 중에 남편의 자세한 재산 내역은 나오지 않지만, 남편 명의의 재산을 모두 정리해 보아도 2억 원의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망인에게 거액의 빚이 발견된 경우, 상속인에게 선택지는 3가지이다. 그냥 상속을 받는 것(단순승인), 상속을 포기하는 것(상속포기), 망인이 남긴 재산의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것(한정승인)이다.

여기서 단순승인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망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된다. 그러면 망인의 재산과 빚이 모두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드라마에서 추상은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남편 명의의 재산으로 남편의 빚을 갚고 다 못 갚은 빚은 자신이 떠안아야 한다. 남편은 생전에는 주인공을 때리고, 죽은 후에는 빚을 물려준 것이다. 주인공은 너무 억울하다. 당연히 단순승인은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속포기보다 한정승인이 유리하다.

법정상속인 전원의 상속포기가 어려울 때

1순위 법정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망인의 빚은 2순위로 상속되고, 2순위 법정상속인 전원이 상속을 포기하면 3순위로 승계되며, 최종적으로는 4순위 법정상속인에게까지 상속된다.

이렇게 상속포기를 하면 후순위 상속인들에게 빚이 승계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빚을 책임질 사람이 없게 하려면, 4순위 상속인까지 모두 모여 한꺼번에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물론 후순위 상속인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1순위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를 진행해도 된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후순위 상속인들이 망인의 채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경우 원망을 듣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4순위 법정 상속인들까지 모두 함께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

그런데 4순위 상속인들까지 상속포기를 하려면 각자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복잡한 서류가 필요하다. 게다가 상속인 중 일부가 이미 사망한 경우, 그 사망자의 상속인까지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번잡하다.

이런 이유로 실무에서는 상속 1순위자가 한 명이면 그가 한정승인을 하고, 1순위자가 여럿일 경우에는 그중 한 명만 한정승인을 하고 다른 공동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척들에게 망인의 빚을 알리기 싫을 때

상속순위 1순위자들만 상속포기를 한 경우, 피상속인의 빚은 2순위로 승계된다. 상속포기를 은밀히 진행하더라도 친척들은 결국 망인의 빚에 대해 알게 되기 마련이다. 1순위부터 4순위까지의 친척들이 모두 모여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후순위 상속인들, 즉 친척들에게 돌아가신 분의 재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친척들에게 아버지가 빚을 많이 남겨 상속포기를 신청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생각하여 아무도 모르게 망인의 빚을 정리하고자 하려면 한정승인 절차를 이용하면 된다.

이미 피상속인의 재산 일부를 처분했을 때

이 부분이 실무상 가장 많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 피상속인 명의의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행위, 피상속인의 채무자로부터 빚을 변제받는 행위가 모두 해당한다. 이렇게 상속재산에 대해 이미 처분행위를 한 경우라면 단순승인으로 보아, 망인의 빚을 모두 상속받게 될 수 있다.

상속포기, 한정승인 모두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처분한 재산의 액수가 크지 않다면 상속비용으로 사용했음을 소명하여 한정승인을 신청하거나 특별한정승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신청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상속포기가 유리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친척이 거의 없어서 4순위자까지 상속포기를 할 사람이 몇 명 안 될 때

이런 경우에는 굳이 복잡한 한정승인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 1순위에서 4순위까지의 법정 상속권자가 다 같이 상속포기를 신청해서 정리하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일부 법정상속인을 빠트리고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족관계등록부를 꼼꼼히 검토하여 4순위까지의 상속인 중에 빠진 자가 있는지, 혹시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 그의 가족들까지 빼놓지 말고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인이 내야 할 세금이 너무 많을 때

한정승인은 물려받는 만큼만 갚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금이 개입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일단 한정승인은 기본적으로 상속을 받아서 그 상속재산으로 망인의 빚을 갚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정승인 절차에서 상속인이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가 부동산이다. 상속재산 중에 부동산이 있는 경우, 일단 한정 상속자가 이 부동산을 승계하기 때문에 취득세가 발생하고 이를 매각(경매로 매각당하는 경우 포함)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다. 실무에서 많이 문제되는 부분이다. 망인의 재산 중에 부동산이 있으면 세금 문제를 꼭 확인해보고, 한정승인보다는 상속포기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처분하기 어려운 재산이 있는 경우

필자가 한정승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제일 난감해하는 경우가 바로 ‘대포차’이다. 분명히 망인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인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누가 운행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세금, 과태료 같은 고지서는 망인의 이름으로 계속 쌓여간다. 차량을 빨리 찾아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넘기든지 차량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게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차량이 폐차될 때까지 책임보험료와 자동차세, 각종 과태료까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특히 그 차량을 운행 중인 운전자가 사고라도 내면 한정승인 상속인이 억울하게 소송에 휘말리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경우에 한정승인보다는 상속포기를 권하는 편이다.

실무상 대포차 문제는 정말 정형화할 수 없을 정도로 건건이 해결 방안이 다르다. 그리고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노력, 해결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까지 고려하면 상속포기가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면 드라마에서 추상은은 한정승인과 상속포기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은 친척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 한정승인 신고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하면 추상은은 조금 번거로울 수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극 중 추상은과 남편의 친척들 간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그들로 인해서 남편이 빚을 지게 된 정황도 보인다. 그렇다면 추상은은 상속포기라는 선택지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 말고 상속결격자와 보험금의 상속이라는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을 기약하기로 한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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