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잇따른 투자금 확보로 곳간을 채운 덕분에 글로벌 확장전략을 차질 없이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자금난 우려를 불식하게 된 만큼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궤도에 올려 안정적 영업흑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잇따른 투자금 확보로 곳간을 채운 만큼 수율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에 더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일 SK온 안팎에 따르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순탄하게 진행된 데다 북미 사업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게 되며 그간 불거졌던 자금난 우려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6월 신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투자 받으며 8조 원 넘는 자금확보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천억 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로부터 각각 8억 달러(약 1조400억 원), 1억4400만 달러(약 1880억 원) 한도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여기에 4억 달러 투자가 더해지며 최대 4조9700억 원을 증자를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유로본드 1조2천억 원과 차입금 2조 원 등 채권·차입 방식의 자금조달 금액까지 더하면 SK온이 확보한 금액은 8조1700억 원에 이른다.
SK온이 완성차기업과 합작한 법인을 통해 미국 연방·주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지원자금 액수는 이보다 더 크다.
SK온와 포드의 배터리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최대 92억 달러(11조8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정책지원자금을 잠정 확보했다.
이 지원자금은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른 것으로 미국 국채 수준의 차입 금리를 적용받는다. 유리한 조건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SK온 관계자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SK온의 성장세가 이번 정책지원자금 확보로 더욱 가팔라 질 것"이라며 "향후에도 다양한 조달 방안을 활용해 SK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건설하는 배터리 합작 공장을 통해 조지아주로부터 7억 달러(약 910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도 지원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연간 35GWh 배터리 셀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두고 있다. 전기차 약 30만 대에 탑재하는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공장은 앞으로 25년 동안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2억4700만 달러(약 3200억 원)의 재산세 감면과, 9800만 달러(약 1300억 원)의 대규모 프로젝트 감세 혜택을 추가로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주정부는 4600만 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수도 처리 시설과 600만 달러(약 78억 원) 규모의 도로도 무상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조지아 퀵스타트'에도 1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투입한다.
이는 금융 지원 형태가 아니라 세제혜택 형식의 직접적 자금 지원인 만큼 자금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활동을 진행하는 데 더 요긴할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사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올해에만 7조 원이 들어가는 생산능력 확충 계획을 세워 놓은 이유다.
7조 원의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인 만큼 자금난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7조 원을 훌쩍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이런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지 사장으로서는 글로벌 배터리시장의 톱티어(선두권) 지위를 확보하는 데까지 거쳐야 할 첫 고비를 거의 넘어간 셈이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포드>
현재 SK온은 배터리업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미국 내 생산거점 구축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한 기업으로 꼽힌다.
SK온은 이미 조지아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공개된 추가 증설 계획을 반영하면 2025년까지 약 190GWh 생산능력이 더해져 210GWh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주어지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도 가시화됐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SK온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액공제 효과는 7270억 원이며 이에 따른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할 여건이 갖춰진 만큼 지 사장은 수율을 정상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일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9912억 원을 내며 국내 셀제조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했다.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3447억 원을 내며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SK온이 매출 성장세가 글로벌 배터리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익성 탓에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율이 불안하다는 점은 이런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지 사장도 수율 문제를 해결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지 사장은 3월30일 열린 SK이노베이션(SK온 모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개선 핵심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성 턴어라운드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율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SK온의 최우선 과제라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SK온이 지난해 9월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신설하고 SK하이닉스에서 개발제조총괄을 맡아온 진교원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한 것도 수율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당시 SK온 측은 진 사장을 영입하며 “수율을 높여 생산, 공급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변화에 따른 고객들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수율 개선을 염두에 둔 배터리 품질관리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과 헝가리의 글로벌 품질인증센터(G-VC) 투자를 위해 총 5200억여 원을 출자했는데 이는 품질관리를 통한 수율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한 투자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됐던 미국과 헝가리 등 해외 공장들의 수율이 개선되고 있고 이연됐던 세액공제 효과가 올해 2분기부터 실적에 추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SK온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올해 안으로 분기 단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류근영 기자